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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4월 스터디 후기 겸 [마음사전] `자존심:자존감` 편 겸 예민과 섬세에 대한 고찰

remlin 2011. 4. 10. 23:38

2011.4.9-10

어제의 스터디는 길면서도 알차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늘 다른 약속이 겹쳐서 오래 못 있었는데 이번 스터디엔 나름 긴 시간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2차, 닭을 뜯으며 저희 테이블에서는 예민과 섬세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음, 그러니까 라면봉지를 섬세하게 뜯는 한 예민 남의 짜파게티 조리법에 대한 시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던 것 같군요. 예민은 자기 주관적으로 이기적 감정을 내세울 때의 표현이고 섬세는 타인을 배려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정도로 결론을 내렸었지요. 귀가 후 국어 사전을 찾아봤는데 뭔가 말꼬리 잡기 식의 설명뿐이라 흡족하지 않아 역시나 2차 테이블에서 얘기했던 김소연 시인의 책 [마음사전]을 뒤적여 봤습니다. 그런데 눈에 들어 온 건, 교수님께서 글쓰기 비법의 첫째로 뽑은 '자존감'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아, 이 사전은 정말 국어 사전엔 없는 좋은 설명들이 있어서 가끔 들춰보면 짜르르 전기가 올 때가 있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 찡한 맘이 들어서 옮겨 봅니다. 우리가 지녀야 할 자존감은 이런 것이 아니겠는지요?

'자존심은 차곡차곡 받은 상처들을, 자존감은 차곡차곡 받은 애정들을 밑천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 자존심이 되고 누군가가 불어넣어주는 것이 자존감이 된다. 자존심은 누군가 할퀴려 들며 발톱을 드러낼 때에 가장 맹렬히 맞서고, 자존감은 사나운 발톱을 뒤로 두고 집으로 돌아와서길고 긴 일기를 쓰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니쁜 결과 앞에서, 자존심은 어차피 모든 걸 예감했다는 듯 독해지며, 자존감은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 하며 세상이 독하다는 사실을 난생처음 깨닫고 만다.

자존심이 강한 자는 이기심이라는 커다란 호주머니를 달게 되고, 자존감이 강한 자는 자기애라는 목도리를 목에 감게 된다. 호주머니는 무엇을 채워넣으려는 속성을, 목도리는 온기를 주고자 하는 속성을 예비한다. 자존심의 결말은 신문지라도 덮고 추운 겨울밤을 견뎌야 하는 노숙의 운명이라면, 자존감의 결말은 행복한 왕자의 동상과도 같이 어깨에 시린 눈발이 쌓여가도 허리를 펴고 서 있느라 다리에 쥐가 날 운명이다.'

참, 그리고 예민이꼭 이기적인감정을 뜻하는 것만은 아닌듯 해요. [마음사전]을 또 뒤적이다 보니 이런 말이 있더군요.

봄날의 경이에 예민해지는 자. '그는 사랑을 아는 자다'라고 조심스레 적어본다. 무슨 힘으로 그 딱딱한 것들을 뚫고 싹이 나고 꽃이 피는지, 그 힘이 시끄러워서 괴로울 정도의 봄, 봄이 오고 또 간다는 이 은근한 힘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무슨 기적처럼 여겨지는 사람은 아마도, 사랑을 아는 자일 것이다.

이상, 시대의 증언자 쁘레모레비의 후예, *블리모레비의 기록이었습니다.

*스터디 시간에 교수님이 언급하셔서 급 예전 별명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치매 초기증상을 겪고 있지만 예전엔 정밀한(?) 모임후기담당자였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