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 봄
2011.02.11-13
금요일 한 시간 정도 퇴근을 일찍하고 화랑미술제에 다녀왔다. 참여작가 중에 있는 '정연두'란 이름이 굳이 없는 시간을 쪼개 코엑스로 발걸음을 돌리게 한 이유였다. 2007년도였나, 로댕갤러리에서 만난 그의 작품 '내 사랑 지니'때문에 기억하게 된 이름, 정연두. 여전히 그의 작품은 따스했다.
최근작 'Six points'가 있던 국제갤러리는 입구에서 들어가면 바로였지만 어쩌다 보니 다른 작품들을 먼저 둘러보고 거의 마지막에 감상하게 됐다.작가 이름 외에는 전혀 사전 정보없이 만나게 되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커다란 화면을 가득 채운 도시의 거리, 그 아래에 있는 헤드폰. 헤드폰을 끼고 한참이 지나도록소리없이 똑같아 보이는 도시의 영상만이 물흐르듯 흘러가고고개가 갸웃거려질 쯔음 왠 남자의 음성이 들려서 깜짝 놀랐다. 가만 영상 옆의제목을 보니 여섯시선, 그렇구나, 30분이가까운 작품중에드문드문 조각난 시간 사이로 여섯 명의 이야기가 나레이션으로 읊어졌다. 도시의 일상적 삶을 이야기한 남자, 햇볕 비치는 창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여자,울음이 나올듯한 목소리의 감정이 듬뿍 남긴 여자, 영어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모두 이해할 수 없었지만 흐르는 영상과 그들의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아프고 따스했다.'그냥, 나 여기 있어요, 이렇게 흘러가는 도시의 풍경 속에 지나가는 행인 속에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품고 살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이 여겨졌다. 같지만 다른 사람, 그래서 나 역시 그 안에 품어지는 느낌이랄까. 작가분의 이름도 연두고, 이 분의 시선은 참 봄날 연둣빛처럼 따스해서 전시의 마무리를 따스한 마음으로 채울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쉬운 건 작품 속 여섯의 이야기를 모두 못들은 것. 또전시장에 그 여섯의 이야기를 대략적으로나마 같이 요약해서 적어두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싶은 맘,아무리 영어로 제작된 작품일지라도 여긴 한국이니까. 여섯이야기를 알고 싶어 검색을 해보았다. 이런저런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는 있었는데 정말 알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찾을 수 없었다.
['Six points' 영상 중 일부]
아래는 정연두 사이트
입춘 이후로 날이 다시 추워졌지만 내 맘은 계속 봄기운 속에 있다. 이 주간 공선옥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읽었는데 화자인 해금이 봄 바람 속에서 팔랑거리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그 기분이랄까. 라일락 향기 가득한 봄바람 살랑부는 저녁같은 맘. 노란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표한 글 한 부분 속따사로움이 전염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계속 들으면서도 무슨 뜻인지 해석이 안됐던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 가사가 들린 것도 봄을 깨우는 소리였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이제 벌써 봄이 됐구나.' 겨울에 얼어서 청력감퇴를 겪던 귀가 봄이 되서 틔인 건지?이제서야 작년초에 산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들척이다가 편혜영이 '저녁의 구애'를 쓰게 된 이유를 읽었다. 하나의그림 때문에 글을 쓰게 됐다는 요지의 글이었는데 정말그럴 수 있겠구나 싶은 맘이 들었다. 정연두의 작품을 보니, 또 화랑미술제를 보며 다양하게 구현된 노오란 빛들을 들여다 보면서 봄의 맘을 적고 싶은 맘이 들어버렸으나, 나 역시도. 비록 구체화되지 못하고 사그라질지라도 불씨를 건내주는 도구로써만으로도 충분하다 싶다.
화랑미술제에서 제일 눈길이 많이 갔던 곳은 AKA 갤러리 였다.
국경오의 '관계'- 서로 안고 있는 모습의조각품들이 같은 제목으로 여럿있었는데 모두 반쪽만을 안고 있었다. 안광식의 '기억-자연'이라는 연작 그림은 물의 반짝거림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어서소장욕을 자극할 만큼 탐났다.몽환적인 색감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지석철- 모든 작품들에 빈 의자가있어서 그 의자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그 외에 기억나는 몇 작품들을 적어본다.
갤러리 고도: 전경선의 '더메모리'- 그녀의 나무조각품들은 불타고 있는 성냥이 모티브인 듯 했다. 반쯤은 타고 있는 신화적인 모습의 인물들이 인상적이었는데 화집 속에조형물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이야기가 있는 미술이라는새로운 장르로 여겨졌다.
최영돈 작가의 'Seasons Come, Seasons Go'라는 작품에는 네 칸의 책장에 각각 봄, 여름, 가울, 겨울이소재인 문학작품들이 꽂혀 있었는데익숙한 책들이 보여서 흐뭇했다. 게다가 유모토 가즈미의 계절 시리즈가 봄, 여름, 가을 모두 꽂혀 있어서 반가웠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입체적인 작품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전기를 연결해 그림 속 빛만 현실의 빛이거나, 홀로그램이나 착시현상으로 어느 곳에서 보느냐에 따라 움직이는 느낌이 들도록 한 작품, 혹은 사면을 다 투명하게 비치게 제작해서 입체적 형상을띈 작품 등등, 시각적 형상화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
성경학교 준비와 가버나움 '관계' 세미나 참석과 유년부에 배포할(?) 발렌타인데이 초코렛포장으로 주말이 훌쩍 지났지만 금요일의 봄기운 넘치는 문화생활로 마음을 다독여 평정을유지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물론 이 주간 제일 충격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지만 말이다. 동생이 S교회에서 집사가 됐다는 게다. -_-; 도대체 뭘 믿고 결혼도 안한 이 녀석을 집사를 시켜주는지(?) 이해가 안됐지만 결론적으로할머니& 엄마는 권사, 아빠& 남동생은 집사가 됐으니 난 우리집의 유일한 평신도가 됐다. 이렇게 또 한 주가 가고 또 다시 내 맘에만 봄기운 넘실대는 한 주가 다가온다. 강원도에는 눈이 펑펑 온다니 계절은 여즉 겨울인듯한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