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프면 사람이 어떻게 이상해지나
앉아서 하는 일이 많았음을 새삼 느낀다. 대부분의 문화 생활도, 식사도, 하다 못해 만남도 모두 좌식 문화 가운데 이루어지니, 보고 싶은 영화도 다음으로 미루고 누굴 만나려도 서서만 있거나 누워서 얘길 할 수는 없잖아, 싶은 맘에 마음을 웅크리게 된다. 게다가 날도 추워지고 비도 오니 허리는 더 아파오고 결국은 방 안에 칩거하게 된다.
삐끗한 허리로 이 일 저 일을 하려니 이도 저도 만사가 다 귀찮아진다. 뭐 하나 사려고 하면 밖에 나가야 하니 제대로 된 옷을 입어야지, 그런데 옷을 입으려니 몸을 구부리기가 쉽지 않아.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몰려 와. 양말 하나 신기도, 바지 한 쪽 꿰 차기도 버거워. 몰라, 그냥 집에서 할 수 있고 있는 걸로 해결하도록 하지. 컴퓨터 앞에서 뭐 좀 보려니 앉으면 곧 허리가 아파. 안되겠다. 노트북을 방바닥에 내려놓고 요 위에 배를 깔고 엎드린다. 좀 나은 거 같아. 어느 순간 아픈 허리를 지지려고 뜨거운 바닥에 드러눕는 순간 하던 일은 꿈 속에서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지. 비몽사몽. 뭐야, 허리 하나 아픈데 무슨 제약이 이리 많아. ㅠㅠ 아아, 이 상황에서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은 생각하기, 그러다 잠들기, 혹은 음악 들으며 비스듬이 누워 책 읽기 같은 휴식스런 활동들인데 이번 주는 왜 이렇게 할 것들이 많아. 마음이 평화롭지 않아서,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서 이도 저도 못하는 내가 싫어져. 에라 모르겠다. 노래나 듣자. 이 순간에 노래마저 없었다면 참 막막했을거야. 만약에 저번에 비행기 탔을 때 꽉 막히고 바닷 속에 잠긴 듣한 느낌이 계속 됐다면 그래서 멍멍- 저 멀리서 모든 소리가 들리는 듯한 현상이 계속 됐다면 어쩔 뻔 했을까. 뻥뻥- 하는 몇 번의 귀울음 뒤에 소리가 되돌아 와서 정말 다행이야. 응응. 참 좋다, 듣는다는 건. 많은 제약 가운데서도 살아 있음을 느끼 게 하는 그 몇몇 것들은.
그래도 허리는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 흑흑. 그나저나 강의는 왜 이리 듣기 싫은거야. 하고 싶었던 것도 의무감이 생기면 어느 순간 해야하는 것으로 변질되는 이 마법에서 어느 때나 난 과연 깨어날까. 유머가 필요해. 다시 하고 싶은 것으로 만들어 주는 웃음이, 환하고 밝고 아름다운 시각이.
예배드리다 생각 났는데, 정확히 말하면 예배랑 상관없이 그 시간에 연상되는 딴 생각의 나락 속에서 피어오른 건, 난 비관적 이상주의자가 아닐까 싶은... 모든 사건을 바라보는데 있어이상적인 해결책을 바라는데 현실 속에서 그런 방안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단정짓는 비관주의자. 이게 뭔가? 뭐, 아무튼 오늘의 생각은 그런 것. 왜 이런 글을 주절주절 쓰고 있나 싶지만 그냥 뭔가 엄마가 없으니까 외로운 건지, 날이 추워지니 뭐라도 남겨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건지, 강의 듣기 싫어서 투정 부리는 건지 암튼 그냥 주절주절 좀 긴 글, 두서 없이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