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일/상-일기♥

허리가 아프면 사람이 어떻게 이상해지나

remlin 2010. 10. 3. 20:34

앉아서 하는 일이 많았음을 새삼 느낀다. 대부분의 문화 생활도, 식사도, 하다 못해 만남도 모두 좌식 문화 가운데 이루어지니, 보고 싶은 영화도 다음으로 미루고 누굴 만나려도 서서만 있거나 누워서 얘길 할 수는 없잖아, 싶은 맘에 마음을 웅크리게 된다. 게다가 날도 추워지고 비도 오니 허리는 더 아파오고 결국은 방 안에 칩거하게 된다.


삐끗한 허리로 이 일 저 일을 하려니 이도 저도 만사가 다 귀찮아진다. 뭐 하나 사려고 하면 밖에 나가야 하니 제대로 된 옷을 입어야지, 그런데 옷을 입으려니 몸을 구부리기가 쉽지 않아.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몰려 와. 양말 하나 신기도, 바지 한 쪽 꿰 차기도 버거워. 몰라, 그냥 집에서 할 수 있고 있는 걸로 해결하도록 하지. 컴퓨터 앞에서 뭐 좀 보려니 앉으면 곧 허리가 아파. 안되겠다. 노트북을 방바닥에 내려놓고 요 위에 배를 깔고 엎드린다. 좀 나은 거 같아. 어느 순간 아픈 허리를 지지려고 뜨거운 바닥에 드러눕는 순간 하던 일은 꿈 속에서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지. 비몽사몽. 뭐야, 허리 하나 아픈데 무슨 제약이 이리 많아. ㅠㅠ 아아, 이 상황에서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은 생각하기, 그러다 잠들기, 혹은 음악 들으며 비스듬이 누워 책 읽기 같은 휴식스런 활동들인데 이번 주는 왜 이렇게 할 것들이 많아. 마음이 평화롭지 않아서,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서 이도 저도 못하는 내가 싫어져. 에라 모르겠다. 노래나 듣자. 이 순간에 노래마저 없었다면 참 막막했을거야. 만약에 저번에 비행기 탔을 때 꽉 막히고 바닷 속에 잠긴 듣한 느낌이 계속 됐다면 그래서 멍멍- 저 멀리서 모든 소리가 들리는 듯한 현상이 계속 됐다면 어쩔 뻔 했을까. 뻥뻥- 하는 몇 번의 귀울음 뒤에 소리가 되돌아 와서 정말 다행이야. 응응. 참 좋다, 듣는다는 건. 많은 제약 가운데서도 살아 있음을 느끼 게 하는 그 몇몇 것들은.

그래도 허리는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 흑흑. 그나저나 강의는 왜 이리 듣기 싫은거야. 하고 싶었던 것도 의무감이 생기면 어느 순간 해야하는 것으로 변질되는 이 마법에서 어느 때나 난 과연 깨어날까. 유머가 필요해. 다시 하고 싶은 것으로 만들어 주는 웃음이, 환하고 밝고 아름다운 시각이.

예배드리다 생각 났는데, 정확히 말하면 예배랑 상관없이 그 시간에 연상되는 딴 생각의 나락 속에서 피어오른 건, 난 비관적 이상주의자가 아닐까 싶은... 모든 사건을 바라보는데 있어이상적인 해결책을 바라는데 현실 속에서 그런 방안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단정짓는 비관주의자. 이게 뭔가? 뭐, 아무튼 오늘의 생각은 그런 것. 왜 이런 글을 주절주절 쓰고 있나 싶지만 그냥 뭔가 엄마가 없으니까 외로운 건지, 날이 추워지니 뭐라도 남겨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건지, 강의 듣기 싫어서 투정 부리는 건지 암튼 그냥 주절주절 좀 긴 글, 두서 없이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