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나만 있을까.
2010.7.9
회 한 접시에 담아 놓은 시를 먹다가 생각나는 몇 작품이 있어 끄적입니다.
덧글에 달아 놓은 세 작품은 각각 만화, 영화, 동화(어린이 소설)되겠습니다.
1. 나의 지구를 지켜줘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 [내 사랑 앨리스]란 철부지스러운 제목을 달고 나온 만화입니다.
원제는 Please Save My Earth, 줄여서 PSME. 즉 '나의 지구를 지켜줘'입니다.
스토리는 생략하니 궁금하시면 검색해 보시고 그 중에 제가 좋아서 적어놓았던 구절을 옮겨봅니다.
'회 한 상'과 연관되어 떠올랐던 그 구절입니다. 아빠가 딸에게 하는 이야기 입니다.
주인공들의 이름은 모두 꽃과 식물의 이름이라 특이하죠.
"하지만 목련 그 만큼 많은 아채들과 고기들을 먹었으니까 목련의 생명은 목련만의 것이 아니란다. 야채나 소, 돼지, 닭 모두 네 안에서 함께 살고 있으니까 열심히 살아야 한다. 힘들더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해선 안된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과 생명을 포기하는 것은 다른 것이야.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열심히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운명을 져버리면서 까지 자기만 살아남으려 하는 것과는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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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짱은 내 친구
학교에서 받은 환경영화제 표로 본 영화. 한 학급에서 돼지를 키우며 생활하는 일년을 그렸는데 생명과 책임에 대한 생각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많이 생각하고 또 배웠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오사카 쪽에서 있었던 일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 더욱 감동적.
아이들의 입에서 '생명의 길이는 누가 정하는건데?'
'돼지는 뭐 때문에 사는데?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사는데?'
'죽이는 건 생명을 빼앗는 거지만, 먹는 건 생명을 잇는거야.'
같은 말들이 나올 때의 그 소름끼침이란...!
'회 한 상'과 연결 짓자면 죽이는 건 그저 인간들끼리의 소통을 위함이지만 먹는 건 음식과도 소통하는 걸까요.
3. 초콜렛 케이크와의 대화
정은씨 덧글의 음식과의 대화란 말에 생각난 건 이 소설. 지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작가인 마르탱 파주 앞에서 연극으로 꾸며 보여주기도 했어요. 그 때 봤는데, 음식에게도 꿈이 있을 수 있다는 기발난 상상을 보여주더군요. 결국 초콜렛 케이크는 아이의 입 속으로 들어갔지만 그 꿈은 아이와 합체(?)되었겠지요.
어찌되었던 모든 것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먹는다와 알다는 소통으로 일맥상통한달까요...
이상 회 한접시 먹고 먹은 만큼 또 뱉어 보았습니다.
주고 받는 소통을 위해! ^^*
덧글 中
- 책읽기도 어찌보면 먹는 것과 유사. 천천히 읽으세요, 체해요. 1-3 중에선 아무래도 나의 지구를 지켜줘가 좀 읽는데 시간이 걸리겠네요. 만화라도 워낙 권 수가 많아서. 아이들과 P짱은 내 친구 먼저 보길 추천합니다.
- 최oo: 많은 상상력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는 '나의 지구를 지켜줘'의 내용에서 <그것은 운명을 져버리면서까지 자기만 살아남으려 하는 것과는 다르다.> 내용이 가슴 아프게 합니다.
->저 부분이 유언 같은 부분이었어요. 또 내용상 전쟁 중에 한 말이었고. 자기만 살아가려는 것도, 자기만 죽으려는 것도, 그렇게 '만'이란 말이 붙은 말들은 이기적이예요.
이상, 서지에서 시 [회 한 상]을 읽고 적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