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십자가, EWC
2009.4.23
1.
어찌저차해서 반차를 받고 일찍 퇴근하여 오랫만에 모교에 가봤습니다. 간만에 햇빛 반짝이고 젊음의 기운까지, 좋더라구요.꽃이 활짝 흐드러지게 핀 교정을 지나 홍해가 갈라지듯 쫙 펼쳐진 지하세계(?)에 들어가니 다양한 편의시설과 강의실 등등이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영화보러한 번가보긴 했지만 세세히 못봤는데 영화관, 서점, 은행, 옷가게 등등 다 있더서 별세계 같은 기분. 그리고 교목실에서 주관하는 십자가 전시회가 한 켠에서 조용히 열리고 있었어요.
세계 여러나라의 각양각색의 십자가와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며 묵상의 시간을 혼자 조용히 가졌습니다. 엘살바도르의 십자가를 보며 가르시아도 떠올리고.못, 천, 빛, 기쁨의 형상, 다양한 의미들이 녹아들어 있어서 생각해보게 하는 전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푸른 빛이 도는 십자가들이 참 예뻤고, 가상칠언이라던가 수난받던 예수님의 일주간이 함께 그려져 있는 고전적인 십자가들도 의미를 새기기에 좋았지만 예수님이 춤추는 모습으로 형상화된 기쁨의 십자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고통당하는 모습이 아닌 십자가를 통해 새 생명을 얻게 하심에 기뻐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듯. 늘 고난의 십자가로만 여겨지던 인식을 깨버렸다고 할까요? 게다가 수요일의 말씀, 그리스도인이 추구할 것은 세상적인 '행복'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느끼는 '기쁨'임을 다시금 상기하게 해주는 십자가였습니다. '항상 기뻐하라!'
그 밖에도 희년을 맞아 북한교회와 주고 받았다는 십자가도, 십자가 위에 무궁화가 활짝 핀 십자가도, 못으로 구멍낸 듯 한 세마포 천 사이로 비취는 밝은 빛과 노래소리로 만들어진 빛나는 십자가도, 어린양이나 물고기나 닭이 중앙에 그려진 십자가도, 각 나라의 문양이 세계진, 또 나라에 맞는 다양한 나무나 심지어 양털로 만들어진 몽고의 십자가도, 우리나라의 부부가 만든 못으로 이어 만들고 로마서의 말씀-그런 즉 이제 내가 산 것아니요...-을 또박또박 적어 놓은 십자가도 모두 십자가마다 다양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시장 중앙에 둥글게 둘러진 곳 가운데에는 의자에 앉아서 중앙의 초와 상징물들을 보며 묵상할 수 있는, 혹은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 둘러진 곳 밖엔 고전적 십자가들이 또 빙 둘러 전시되어 있었고 전시장 바깥 쪽 유리창엔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의 여정이 그림과 설명글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담한 공간이지만 알차게 구성, 기획된 전시회였습니다. 수많은 십자가에 파묻혀 있다보니 하나하나를 세세히 살피기 보단스쳐간 십자가들도 물론 있었습니다. 가만생각해 보니, 삶 속의 내 모습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많은 십자가 속에, 사랑 안에 있으면서 오히려 그 십자가를 깊이 있게 느껴본 적은 없는 듯. 그 많은 이야기의 일부만 내 맘에 드는대로 취사선택 하는 건 아닌지.
고난주간 전시였던 듯 한데 연장 전시하는 듯. 관심 있으신 분 가보시라고 정보 남깁니다. 이화여대 교정 내 쫙 갈라진 그곳(이름을 뭐라할지? 정문으로 가보면 딱 보입니다.) 6번 게이트 쪽, 5월 31일까지, 평일 오후7시, 토요일 오후6시까지 전시합니다.대그룹보다는 단촐하게 가길 권장합니다. 참, 무료! 전시회 타이틀이 '세계의 십자가전'이었나, 가물가물~;;
2.
EWC가 무언고 하니 'English We Can'의 약어로 이대 부근에 있는 스터디 카페입니다. 카페의 이름은 뭔가 다른 거였는데, 그 카페에서 하는 스터디 그룹의 이름이 EWC인지라 그리 부릅니다. 교정에서 전시도 보고 교보에서 책도 보다가-교내에 서점이 교보더라구요- K양을 만나 K양이 몇년간 스터디 하고 있는 곳, EWC 모임에 슬쩍 함께 가보았습니다. 닉네임 때문에 잠깐 혼선이 있었고 우리의 티처, 멜린다와 이 날은 'LOVE'에 대한 주제로 핸드아웃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게 또 어려운 게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오래 걸리는데 또 영어로 바꿔서 이야기를 하려니 표현이 안돼서 제일 많이 한 말이...'음...아...& 잇츠 디피커트'였다는 거. OTL
2시간 동안 멜린다와 4명의 수강생이 함께 이야기를 했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생각해 보니 다양한 일을 했더라구요, 그 당시엔 모르는 사람들과 무려 영어로 이야기 하려니 경황도 없고정신도 없어서 몰랐지만. 첫 주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을 때, 또 난 싫은데 누군가 좋다고 할 때 어떻게 대처하겠느냐. 이어서 부모와 십대의 사랑 방식이 틀려 세대차이를 느낄 때 상황극을 통해 이야기하기, 이상형의 조건, 러브레터 쓰기 등등을 하며 대화하고 발표하고 틀린 표현이라든지, 한국식 표현 수정하면서 이어졌는데 용기와 도전정신만 있다면, 더불어 빠른 머리회전이 된다면(주제에 대한 답 생각& 영어표현, 난 왜 늘 한두 박자 늦게 이야기 할게 생각나는지;;;) 더욱 재미난 수업일 듯.
아윌비백이란 터미네이터스런 말과 멜린다와의 악수로 모임은 마무리되었고 K양이 직접 만들어 온 호두파이까지 먹어서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늘 오전만 일하고 오후엔 자유시간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ㅠㅠ
EWC에서의 회화에서 처음 알게 된 표현 하나 소개하자면,
I click with him(her).
뜻이 맞는 사람과의 만남을 이런 식으로 말하던데. 상대랑 클릭되었다는 표현이 참 신선~! 그렇게 클릭된 순간, 사람을 난 정말 사랑한다는 걸 깨달은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