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나는 길, 바람이 달리는 길
2008.06.25-26
1.
밤길,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네댓살은 되어보이는 아이를 양팔로 들어올려 안고 가는 한 엄마를 보며 며칠전에 만난 J양의 말이 생각났어. 엄마는, 아줌마는 대단하다고. 어떤 엄마를 보았는데 야리야리한 몸에 비해팔뚝의 근육(?)은 장난이 아니더라고. 29일 결혼을 앞두고 만난 J는 이제 자신도 그런 아줌마가 되는구나라고 얘기했었지... 함께 일하는 P샘의 말로는 결혼하기 전엔 집에서 해주는 밥 먹고 일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서 어떻게 집안살림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는데 두 형제의 엄마가 된 지금은 오히려 더 모든 일을 할 힘이 생긴다며 아줌마의 저력이 담긴 한 마디를 하셨더랬지. 3년만 더 채우면 이십년지기가 되는 친구의 결혼식에 못가는게 -아줌마가 되는 친구의 첫 걸음을 보지 못하는게- 못내 아쉬워서,우리 사귐의 기간이 20년째 되는 해엔 꼭 둘이 여행이라도 가자했는데, 아줌마가 되면 그게 가능할까. J야, 너도 아줌마의 힘을 보여줘. 가정도, 친구와의 우정도 모두 파워 넘치게 지켜나가는 슈퍼 우먼이...
2.
지난 주일,하늘이 너무 예쁘다고 노래를 불렀더니 C군이 하늘이 정말로 잘 보이는 명당 자리를 알려줬었다. 여친 생기면 같이 보려고 알리지 않은 장소라고 했는데 나한테 알려준 건저녁을 사준 댓가일까? ㅋㅋ 기회를 봐서 주중에 명당의 하늘 좀 보러 갈까했는데 왜 계속 퇴근 길의 하늘은 찌뿌둥, 뾰루퉁 버전인걸까. -_-; 대신 바람만은 맘껏 불어 주셔서 시원한 저녁 나날들이었지. 명당에 가볼까 하다 늦은 시간이라 폐가 될 듯 해 명당 앞의 길에 가만 서서 흘러가는 밤하늘의 구름을 봤더니, 언덕배기 높은 지대의 그 길은 바람이 지나는 길이었나봐.바람이 지나는 길에서 있던 댓가로 내 마음에도 휑덩그렁하게 길이 나버렸어. '공'과 '허'란 이름의길이...
참고. [토지] 1부 2권, p. 162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살갗보다 그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이 때의 강포수의 심정과 비슷했달까.)
3.
탐욕에 연단된 마음을 가진 자들 (벧후 2:14) vs 신의 성품에 참예하는 자 (벧후 1:4)
형제들아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가 배운 교훈을 거슬러 분쟁을 일으키거나 거치게 하는 자들을 살피고 그들에게서 떠나라이같은 자들은 우리 주 그리스도를 섬기지 아니하고 다만 자기들의 배만 섬기나니 교활한 말과 아첨하는 말로 순진한 자들의 마음을 미혹하느니라 (롬 16:17-18)
그들이 바른 길을 떠나 미혹되어 브올의 아들 발람의 길을 따르는도다 그는 불의의 삯을 사랑하다가 자기의 불법으로 말미암아 책망을 받되 말하지 못하는 나귀가 사람의 소리로 말하여 이 선지자의 미친 행동을 저지하였느니라 이 사람들은 물 없는 샘이요 광풍에 밀려 가는 안개니 그들을 위하여 캄캄한 어둠이 예비되어 있나니 (벧후 2:15-17)
너희의 순종함이 모든 사람에게 들리는지라 그러므로 내가 너희로 말미암아 기뻐하노니 너희가 선한 데 지혜롭고 악한 데 미련하기를 원하노라(롬 16:19)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공급하라 (벧후 1:5-7)
나의 마음은 어디에? 무엇을 믿고(섬기고), 무엇을 사랑하는가? 이 말씀을 읽고 배우며 계속 마음이 아팠더랬지...
4.
수요일엔 바람이 지나는 길에 서 있어서 마음이 허하게 뚫리더니 목요일 밤의 한강에선 바람이 달리고 있었어. 그래서 이젠 아예 바람이 달리는 도로가 된 마음. 사람을 향해 쏘는 불꽃만큼위험하게 주행하는 바람 자체가 되어 버린 듯. 물결치는 강의 일정한 주기도, 드문드문 흩어진 사람들도,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불꽃들도 평온함과 따사로움을 느낄 수 있는 소재였건만 L님과 한 대화 속에서 미쳐 깨닫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고는 찬 강바람만이 느껴졌더랬지.
내가 속한 우리만 보아오지 않았나, 내가 속하지 않은 또 다른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구나. 결국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거리했던 그들과 같은 내 자신의 모습... '행동하는' 지성과 먼 걸 알았지만 '지성'조차도 지니지 못했던걸 어쩌나. '야성'과 다를바 없었구나...
언제가는 따뜻한 밤바람을 느끼며 한강을 걷고 싶어. 따뜻한 마음이고 싶어. 찬 바람이 달리는 길이 아니라 부드러운 봄바람이 살랑살랑 지나는 길을 마음에 심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