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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by 가쿠타 미츠요- 추억을 부르는 책

remlin 2007. 11. 12. 02:02

2007. 11. 08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9편의 단편을 가만 생각해 보니 모두 길 위에서 읽었다.

3일간 평균 3편씩 출퇴근 지하철 안과 집으로 돌아가는 어둑한 밤 길에서...

그렇게 읽다 말고 책 사이에 집게 손가락을 넣어놓고 한참을 추억 속을 더듬게 한 단편은

'그와 나의 책장','서랍 속','첫 발런타인데이'. 그리고 '작가의 글'과 '옮긴이의 글'.

그 중최고의 단편은 '서랍 속'

전설의 고서를 찾아 헌책방을 틈틈이 뒤지게 되는세 사람의 이야기.

전설의 고서를 전설로 만들게 한 글이 첫 기억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의 장면을 적은게 아닐까란 추리로부터 이 이야기는 '반짝'하고 빛난다. 그래서 집게 손가락을 그 장면 사이에 집어 넣고 한 템포 쉬면서 생각했다. 내 생애 첫 기억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 옷장 속에 숨어서 빠꼼이 열린 문틈으로 보던 이사하던 풍경이 첫 기억.세상 밖으로 껍질을 깨고 나오기가 그 때도 그리 두려웠었나. '나란 사람 여전해.'싶어 후훗 혼자서 가로수 아래서 살풋 웃고, 대학가의 번쩍거림을 지나 주택가로 접어드는 길을 걸으며 편의점 앞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기억해 냈다. 생애 첫 여행지였던 인도에서 석양이 내려 앉는 지평선을 보며, 털털거리며 가는 트럭 뒷편에 둘러 앉아서 다 같이 부르던 노래가 있던 그 순간. 그 하늘과 그 들판과 그 빛깔과 음조 속에 다시 한 번만 더 머물렀으면 정말 좋겠다고 가슴 설레어 하다 다시 책 속의 이야기로 눈을 떨궜었다. 게다가 이 단편의 마지막 장면, 주인공이 전설의 책에 쓸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 내는 순간에서 끝난다. 영화 같은 엔딩!

그 전설의 고서에 썼을 혹은 쓸 누군가의 장면들을 엿보고 싶어진다. 당신이라면 이 책에 쓸 장면은 무엇인가 묻고 싶어진다. 이 단편 뿐 아니라 모든 단편 하나 하나를 읽어가다보면 '나의 책에 대한 이야기는 이래요, 그렇다면 당신의 이야기는 어떤가요?'라고 묻는 듯 하다. 그래서 작가의 글의 마지막 문장도 '책과 당신과의 교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로 끝맺는걸 게다.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를 들으면 나의 사랑 이야기도 주절주절 늘어놓고 싶은 맘이 들듯이 나와 책과의 사랑이야기를, 그 역사를떠올리며 얘기하게된다. 책과 연애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수다쟁이로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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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읽은 책감상이 됐는데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여기서부터다. 이 책을 읽고 떠올랐던 수 많은 지난 시절의 연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옮긴이의 글 첫 머리의 질문에서 더욱 선명히 떠오른 그들의 리스트.

- 어릴 적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 환하게 밝아오는 아침 햇살에 깜짝 놀랐던 기억

: 처음 [로빈슨 크루소]를 보고 느꼈던 그 동질감, 옥상에 텐트 치고 나만의 세계를 만들 꿈을 꾸게 만든;

: 자야하는 걸 알면서도 가슴의 두근거림을 잠재우기 위해 손을 땔 수 없었던 [아름다운 아이]나

: 새벽에 일어나 얼결에 손에 닿아 읽다가창가에 비치는 아침햇살을 느끼며 마지막 장까지 읽었던 [오듀본의 기도]

-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세계에 대한 고정 관념을 무참히 깨뜨려 버린 충격에 손에 쥔 책을 오래도록 놓지 못했던 경험

: 중2 겨울에 읽은 [동경바빌론]과 [데미안]에서 두 개의 세계를 알고 충격에 휩싸이고

: 대학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빌린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때문에 뒤늦은 사춘기를 겪었고...

- 친한 친구와 책을 돌려 보며 감상을 나누던 살가운 추억

: [동경바빌론]을 빌려준 친구에게 [데미안]의 첫부분을 깨알같이 적어 편지에 가득 채워 보냈었지.

: 참, 그러고 보니 [죽은 시인의 사회]를 짝에게 빌려 읽고는 소유욕 때문에 노트에 책 한 권을 필사하려는 원대한 꿈도 꿨고.

- 예전에 자신이 소중하게 읽었던 책을 같은 느낌으로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괜한 호감이 생긴 경우

: 그닥 알려지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한 상드의 [사랑의 요정]을 읽고 울었다는 M언니의 말을 듣고 '저도 그 책 읽고 울면서 얼마나 가슴아파했는지 몰라요.'이러면서 급호감 모드가 됐던 기억.그 후 상드의 다른 책들을 다 읽어보려고 했었는데 왜 아직까지 그 계획을 실천 못했을까 싶네. 이번 기회에 꼭 상드의 책들을 섭렵하리라!

- 처음으로 책을 선물했던 기억.

: 대학 신입생 시절, 조별 과제로 설문지를 돌릴 때 도와준 리더 오빠에게 도대체 감사 표시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 당시 제일 좋아했던 [무서록]을 선물 했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첫 발런타인데이'의 주인공처럼 초코렛 줄 타이밍에 책을 준 듯 어색한 매치. 밥 한 끼 대접하면 될 것을 불쑥 책을 줬으니;;;

- 존경하는 선배에게 영향 받은 책들.

: 지금은 아는 후배의 남편이자 귀여운 딸내미의 아빠가 된 [무서록]을받은 선배가꼭 읽으라 했던 닐 앤더슨의 [내가 누구인지 이제 알았습니다]의 서문은 아직도 기억나.

: 동아리에서 새벽 큐티 모임을 하고강의까지 시간이 남아서점순례를 하다 선물 받은, 선배가 강추했던,쟈크 엘룰의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 책을 사준 그 선배가 여자 친구와 함께 한 챕터씩 읽으며 나누었다던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때]를 사들고 나도 누군가 함께 이 책을 읽고함께 나눌 사람이 생기길 고대했던날들...

여러분의연인 리스트는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