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일/상-일기♥

9권의 책이 들어 오고, 9권의 책이 나가고.

remlin 2007. 7. 7. 23:05

2007.07.07

(이천칠년 칠월 칠일이라. 777데이~^^ 뭔가 좋은 일이 있었어야 할 듯 한 기분의 배열인데, 너무 평범한 하루였네.)

북꼼에 올라오는 글 중에서 이벤트나 서평 책, 구입한 책들이 넘쳐난다는 글을 자주 보는데, 이번 주는 완전히 그 분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하루였다. 수, 목, 금 계속 집에 돌아오면 택배로 책이 와 있어서;;

수: 예스 이벤트, 김영하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와 신경숙의 [리진1], [리진2] 3권

- [리진] 생각보다 두꺼웠다. 3권짜리 [리심]보다 더 많은 내용이 든 것 같은 두툼함. 개인적으로 무거운 양장본보다 이런 얄상한 표지 좋아합니다.

목: 북꼼 도서, [척추가 바로 서야 공부가 즐겁다], [네 멋대로 행복하라] 2권

- 퇴근해서 잠깐 들춰보기만 하고 제대로 읽기는 시작도 못했다. ㅠㅠ

금: 주문한 책, [습지생태보고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 2권

문지 강좌 듣기 전에 시간이 남아 헌책방에서 산 [속 죽은 시인의 사회] 1권까지 총3권

- 웬디양과 세찬님이 추천해 주셔서 구입한 최규석의 리얼궁상만화, 기대하며 읽기 시작하렵니다. 베르나르의 신작은 [나무] 이후로 그닥 내 취향과 멀어져 끌리지 않았지만 아직 옛정이 남아서 예약구매를 해버렸슴. 영계탐사 이야기인 [천사들의 제국]과 닮아 있길 바랄뿐. 생각보다 두껍다. 헌책방에서 유미리의 [사어사전]이나 라캉이나 프로이트에 대한 싸고 괜찮은 책, 혹은 한강의 절판된 책이나 옛판본의 [사랑의 단상]을 찾아볼까 싶어서 들렀으나 다 안보여서 그만 갈까 싶을 때 [속 죽은 시인의 사회]가 보여서 get. 중학생 때 원편과 속편 이 두 권의 책을 보고 얼마나 감동을 했었는지... 노트에 책 내용 그대로 베껴쓰기도 했었는데 말이지. 이젠 절판되어서 속편은 구할래야 구할 수 없던데 기쁜 마음에 사가지고 왔다. 토드 앤더슨의 성장과 녹스의 사랑얘기와 키팅 선생님의 뒷 이야기, 그리고휘트먼의 시!!! 생각만해도 두근거린다.

토: 황매 도서, 이시다 이라의 [렌트] 1권

집에서 칼라 이벤트 선물로 보낼 책들 빼내다가 시작된 책 정리하는데 택배 아저씨가 부르는 내 이름. 황매에서 신간이 날아왔다. 이시다 이라의 책이라 기쁘긴 한데 이래도 되는 걸까...

이렇게 도합 9권이 이번 주에 새로 내 방에 터를 잡고 입주한 책들. 주택난이 심각하다. ㅠㅠ 3개의 책장엔 이미 입주 불가. 의자 위에 10여권, 잠자리 옆에 10여권, 오늘 정리한건 그나마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50여권의 책들 차곡차곡 벽면에 기대어 두줄로 나란히 천장바라기로 쌓아놓았을뿐;; 칼라 선물로 나간 책 9권 중에서 책장에 꽂혀 있던 책은 4권뿐이었다. 그 빈자리에 입주한 책들은 정말 행운의 책들이다.

오늘 칼라 선물을보내기로 얘길 해놓았기에 마음은 바빴는데 몸이 일주일간너무 부려먹었는지 말을 안들어서 10시쯤에야 간신히 일어나서 책장에서, 의자 위에서, 쌓여있던 책 사이에서 9권을 골라내고, 내친김에 책들 좀 정리하고 나니 온 몸에 땀 범벅이라 샤워 좀 하고 교회에 다녀오니 4시 반. 우체국 주말 택배 마감 시간은 6시. 마음이 급했는데도 책만 보낼 수는 없어 엽서도 각각 하나씩 3장을 쓰고 (이번엔 책갈피를 만들 시간이 없었다. 미리 미리 만들면 될것을 게을러서;;;) 떠나 보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해서 기념사진도 찍어주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택배용으로 쓰려고 모아놓은 예스24의 택배 상자와 주소 써 붙일 스티커까지 챙겨서 집에서 광화문 우체국으로 출발한 시간이 5시 28분! 마감시간이 촉박했다. 완전 미션 임파서블 모드;;; 집에서 역까지 10분, 종로 3가역에서 1호선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서 광화문 역까지 또 약 15분, 게다가 갈아타는데 많이 걷고 우체국이 있는 5번 출구도 꽤나 복잡한데 과연 6시까지 가서 택배를 보낼 수 있을것인가? 포장도 가서 해야하는데-박스 포장해서 가기엔 부피도 있고 들고 가기 힘들단 말이지;;- 따져보니 굉장히 아슬아슬한 시간. 그래도 무슨 똥배짱인지 책 9권에, 택배상자에, 주소 써놓은 수첩에, 부채까지 팔랑이며바리바리 싸들고 출발했다. 기도하면서. '아시죠? 저 이런데 당신 붙잡고 늘어지는거. 꼭 다 보내고 기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올거라 믿어요, 주님'이러면서 반협박의 기도를 했더라지. 그래도 항상 이런건 다 쓱쓱 맞춰서 이뤄지는게 신기해. '시간을 달리는 소녀'볼 때도 시간 간당간당거렸고, 저번에 일본에서 서울 돌아올때도 까닥하면 비행기 놓칠뻔했는데 다~ 딱딱 타이밍이 맞더라니까. 어찌보면 인간의 잠재력이나 숨겨진 초능력일지도? 위급하면 예지력이 생기는 건지... (그예지력의 근원은?)

오늘도 28분 집출발, 38분 역도착, 도착하자마자 지하철 오고, 내릴 때 창으로 보고 있다가 5호선 갈아타는 곳과 가까운데서 내려서 마구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휙휙 빠져나와 5호선 타는데서 바로 전철 와서 타고 내리니 출구 바로 옆 차량. 광화문역 도착시간 5시 55분. 헉헉이며, 얼굴은 빨갛게 익어서 광화문 우체국 앞에 정각 6시 도착. 우체국 문 닫으려는데 마지막으로 입구로 들어가서 '택배 지금 붙일 수 있어요?'라고 창구에 물으니 밖에서 차가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 마감이예요.'하는데 아직 택배 보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마감 못하고 있는 낌새. 바로 옆에 탁자에 짐 내려놓고 박스에 책 3권씩 나눠서 넣고, 수첩 뒤적이며 스티커에 세 분 주소 휘갈겨 써 붙이고, 예전 기억을 더듬어-군대에 소포를 보낸 경험이 이럴 때 도움이 되는군. 광화문 우체국의 추억이 이로서 하나 더 늘어나는 셈.- 박스 테잎과 가위가 있는 탁자로 옮겨 들고 가서 봉하고, 내 주소를 스티커에 똑같이 세 개 써서 따다닥 이어서 세 택배물에 붙이고 마지막 하나 남은 접수 창구에 가서 콧망울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느끼며 무게 재고 접수! 영수증을 보니 접수시간 6시 7분이었다. 아~ 임무 완수. 수고하시는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리고 입구가 닫혀서 방금 접수된 책들이 실려지고 있는 우체국 차량들 사이를 지나쳐서 뒷문으로 나가니 무언가 불가능한 것에 도전해 성취한 느낌 한가득. '역시나 주님이시라니까 저 혼자선 이렇게 못하죠~ 오늘도 도와주셔서 감사' 막 이러면서 기도하고 룰루랄라. 그러나 불과 3-4시간전에 한 샤워의 흔적은 온데 간데 없고 온 몸은 끈적끈적. 게다가 머리는 지끈지끈 거리는게 더위 먹은 듯한 기분. 그래도 상당히 뿌듯한 마음으로 흐느적거리며 집에 돌아오니 7시 반. 뭐야, 이거 바짝 긴장해서 갈 때랑 완전히 풀어져서 돌아올 때랑 너무 시간차가 많이 나는 거 아냐?

아래는 칼라 선물로 보내기 전 기념 사진으로 찍은 9권의 책. 책 좀 줄여드나 싶었는데, 뭐야 이게.-9, +9, 0. 원상복귀잖아. ㅠ_ㅠ









보태기. 앞으로 8월부터는 주말 택배 마감시간이 6시에서 1시 반으로 줄어든다는데 광화문 우체국 야간창구의 로망도 줄어 들겠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