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ways 3번가의 석양]- 히라이 켄의 추천영화
2007.06.28
[황색눈물] 보러 스폰지 하우스에 갔다가 '일본 인디 영화 페스티벌 리턴즈'가 열린다는 걸 알고 상영작 중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이 영화, [Always 3번가의 석양]이었다. 예전에 오리콘에서 히라이 켄 상이 눈물을 흘리며 봤던 영화라고 했었기 때문이다. 그 기사를 보고는 나도 보고 싶어라고 생각했으나 한국에서 보기는 힘들겠지라고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되니 너무 반가웠다. 무엇보다 히라이 켄 상이 봤던 걸 보고 같이 느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보고싶어 지수 마구 상승. 그래서 벼르다 봤다. 28일은 페스티벌의 첫날이기도 했고 이 영화가 첫 상영되는 날이기도 했다. 상영시간은 오후 8시 30분. 일찍 가서 예전보다 한산한-아무래도 작년엔 2주였는데 이번엔 한달로 늘어서 일 듯-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술렁술렁 종로 일대를 돌아다니며 저녁도 때우고 [NANA 17]도 읽고 하다보니 시간이 되어서 제일 목이 좋은 자리에 앉아서 상영을 기다렸다. 예고편을 보니 [신동]도 보고 싶어졌다. 약간 [호로비츠를 위하여]같은 분위기도 나는 것이.
본편으로 들어가서 '히라이 켄 상이 감동하여 눈물 흘린 부분 찾기'라는 나만의 미션을 갖고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배경은 도쿄 올림픽이 열리고 도쿄 타워가 지어지는 일본의 근대화 시기무렵. 애니 [추억은 방울방울]이나 [검정 고무신]과 비슷한 소재들이 등장한다. 더불어 내 유년기의 추억도 떠올리게 하는 몇몇 소재들도 있었다. 아이들이 도입부에 날리는 고무동력기라든가, 티비가 집에 배달되기 전의 그 설레임- 내 경우에 있어서는 초등학교 때 컬러 티비가 집에 배달되어 온 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 슈크림-예전에 귀했던 바나나의 추억이 떠올랐다. 일본에 사는 이모가 올 때 갖고 오면 얼마나 아껴가며 먹었는지.-, 잘라서 파는 여름날의 얼음, 팔에 덧대서 기워서 입을 수 있게하는 동그란 가죽같은 지금은 사라진 물건이나 감동이 옅어진 소재들.
메인이 되는 주인공이 한정되어 있기보다는 3번가-제목에서 짐작할 뿐이지 영화에서 3번가라고 딱히소개되지는 않는다.-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중심인물이 4-5명 정도 된다.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늘 공모전에 글을 보내지만 번번이 낙선하고 생계는 아동 잡지에 공상모험 소설을 쓰고 문방구를 운영하며 이어가는 문학녀석-본명이 따로 있지만 다들 이렇게 부른다. 그리고 이 말이 더 정감있게 들린다, 내겐. ^^ - 문학의 앞집에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프라이드 강한 스즈키 오토와 그 일가족, 이 정비소에 취직해 지방에서 대도시 도쿄로의 꿈을 안고 상경한 소녀 무츠코-하지만 스즈키 가족들은 모두 료코라고 부른다;-, 과거가 있는 술집 여사장, 히로미와 부모 없이 이집 저집에 맡겨져 떠돌아 살아가던 소년 쥰노스케 등이 3번가에 함께 사는 이웃사촌들이다.
'찾았다.'고 생각했다. 분명 히라이 켄은 이 부분에서 감동하거나 울었을 거라고 짐작되는 내용을. 그 하나는 스즈키 오토가 자신의 정비소와 자동차에 대한 꿈 때문에 무츠코와 싸우는 부분. 상당히 유머러스하고 우스운 장면으로 연출됐지만 그 자신감과 열정에서 분명 켄 상은 본인의 열정과 닮은 점을 발견했을거라고. 노래에 미친 그와 닮은 스즈키 오토의 자동자에 대한 애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지 않았을까라고. 또 하나는 문학녀석(^^;)의 끝없이 도전하는 창작에의 모습.동네 사람들에게놀림감이 되면서도꿈을 버리지 않고 끝없이 도전하는 모습에서 본인의 힘들었던 신인시절 모습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더불어 잡지에 실린 본인의 글을 보고 기뻐하는 쥰노스케의 모습에서는 분명 켄 상 자신의 어렸을 적이나 데뷰시 모습을 오버랩해서 떠올렸을거라고 짐작했다. 게다가 히로미의가게에서 술취해서 얼떨결에 그녀의 집에 얹혀 살게된 쥰노스케를 대신 떠맡은 문학이 서서히 쥰노스케와 히로미와 가족 비슷한 모습을 만들어 가는 모습에서도 분명 눈물 흘렸을거다, 그는. 자세한 내용을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듯해서 올리지는 않지만 문학이 히로미와 쥰노스케에게 준 선물의 의미에서는 그걸 주는 입장에서도, 받는 입장에서도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서 그런 의미에 민감한 그는 울었을테다, 분명. 늘 혼자였던 문학은 함께 하는 기쁨을 발견했고, 쥰노스케는웃음과상상의 실현과 꿈에 대한 다짐과 결국은 애정을 받는다는 것의 의미를, 히로미는 결코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는, 누가 빼앗아 갈수도 없는 희망과 사랑을 선물 받았다.(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베스트 장면은 문학이 히로미에게 선물하는 부분이다. 처음의 어이없음과 황당함에서 진실과 정성과 감동까지... 눈물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켄 상은 펑펑 울었다고 했는데, 영화 끝나고 나오면서도 꺽꺽이며 계속우는 어떤 여인네도 보긴 했지만 그 정도로 울만큼은 아니었는데, 내 감정이 메마른건지. 울만하면 어이없게 웃기는 부분도 등장해서 말이지;)
두번 등장하는 이별과 재회씬도 물론 슬펐지만 그건 어쩌면 너무나 뻔하게 예측되었고 예측된대로 진행하면 실망할거야라고 생각한 부분에서예상대로 진행되어 식상한 부분이 세 군데 정도 있었지만 -가죽 속에 부적, 때 마침 나타난 쥰노스케, 석양- 그래도 이 영화가 일본 내에서 상까지 받고 베스트에 올랐던 건 앞서 말한 선물에 담긴 애틋함과 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히라이 켄 상에게도 감사한다. 그의 선택과 눈물 때문에 이 영화를 알게 됐으니까.못봤다면 아쉬울뻔 했어, 정말.
마지막에 도쿄타워 옆으로 석양이 지던 모습은 일본의 제국기가 떠올라서 조금은 껄끄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이 영화에서 말하는 계속 해서 그 자리에 있는 석양은 그들이 지켜나가는 현실과 꿈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밝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모두를 감싸는 노을같은 평온함으로... 영화 엔딩이 끝날때까지 날아다니던 고무동력기의 그 수동 동력같은 끊길김으로... 자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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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번 영화제에서 보고픈 영화목록
[첫사랑]: 미야자키 아오이의 [좋아해,]의 여운을 느끼고 싶은 맘
[스트로베리 쇼트 케이크]: 다양한 여성의 삶과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일 듯 해서, 그리고 원작 만화 아녔나 싶은데...
[신동]: 원래는 제목이 뭐 이래라고 볼 생각도 안했는데 예고편을 보니 재밌을거 같아.
[카모메 식당]: 그냥 제목이 맘에 들었다. 음식을 통한 외국인과의 교류라는 설정도 신선했고
[인더풀]: 원작과 비교해보고 싶은 맘도 있고 오다기리 죠가 나온다기에 볼까 싶었는데 원작에 비해 별로라는 평이 많아서 볼까 말까 고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