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일/상-일기♥

거대 바퀴벌레의 저주

remlin 2007. 7. 1. 12:01

2007.06.27

근래에 들어서 집 안에 커다란 바퀴벌레의 침투(?)가 잦다.

그런데 바퀴벌레도 주향성인가, 확실하진 않지만 밤에 방이나 거실에 불을 켜놓으면 더워서 열어놓은 현관이나 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거 같단 말이지. 어쨌든 예전엔 있어도 자잘한 바퀴벌레들이 었는데 이 놈의 바퀴벌레들이 그 거대한 몸집에 날개까지 달고 침공해 와서 아주 미칠 노릇이다. 이틀 간격으로 밤에 자다가 그 놈들의 비비적거리는 소리에, 또 벽지에 달라 붙어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면-늘 무언가 하다가 잠이 들기에 방엔 밤에도 불이 항시 켜져있는 편이다.- 천장이나 방바닥에 그 검고도 오묘한 광택을 번쩍 거리며 스르륵 움직여서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방에서 뛰쳐나간다. 또 시간은 늘 자정 쯤이다. 거대 바퀴군의 자정의 저주(?)련가. 그러면 엄마가 주무시다가 깨서 '또냐?'며 부채로 마구 쳐서 박멸을;;; 그런데 또 이 놈들이 그리 호락호락 순순히 목숨을 안내놓고 도망다니기에한 시간여의 전투가 벌어진단 말이지.언젠가는 주방에서, 언젠가는 화장실에서, 언젠가는 다용도실에서, 지하에 있는 동생방에는 늘 출몰해서 동생녀석은 이젠 아주 익숙해서 잡아놓고 사체와 함께 잔다고도 하고, 지하실 현관앞에 다섯마리가 죽어서 나동그라져 있는 걸 엄마가 새벽에 봤다고도 하고, 이젠 밤마다 잠을 설치기도 싫고무서워서 아예 더워도 문 꼭 닫아놓고 부채질만 팔락팔락하며 잔다. 공포가 더위를 이긴것.

그리곤 곰곰 생각해 봤다. 도대체 왜 평소엔 없던 거대 바퀴벌레들이 올 여름 들어서 자꾸 우리집에 출몰하는 겐가? 밥 먹다 말고 '엄마, 아무래도 우리 집 주변에서 누군가 실험을 하고 있는거 같아. 작은 걸 크게 만드는 실험. 그래서 작은 바퀴벌레들이 크게 변해서 나타나는 거 아냐? 나중엔 거대 인간이 나타날지도 몰라.' 엄마가 '너 맨날 이상한 책 읽어서 생각도 이상한거야.'라고 면박을 줬다. '아니, 왜 내 안의 어린아이를 죽이는 거야?' (김영하 저자와의 대화 관련 글 읽으면 무슨 얘긴지 알것임)라고 버럭하려고 했으나 그럼, '얘가 또 뭔 말을 하나.'라고 취급 받을게 뻔해서 머리로만 답하고 말았는데 같이 밥 먹던 아빠의 말, '옆 숙대에서 공사해서 있을 데 없어진 것들이 돌아다니는 거'라며 현실적으로 보이는 답을 들이 미셨다. 그런가라며 잠시 생각했으나 그럼, 왜 우리집에만 이것들이 나타나는거야 싶은게... 아무리 우리집이 기숙사 옆집이긴 하지만 우리 옆집에도 나타나야 하는 거 아닌가. 이웃사촌들에게 물어봐서 안나온다고 하면 분명 우리집에 뭔가 비밀이 있는거야.

그래서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우리집에 거대 바퀴벌레의 왕국(?)과 통하는 비밀의 통로가 있는게 아닌가 하고. 왜 예전에 만화 [이상한 나라의 폴]에 보면 블랙홀인지 화이트 홀인지 시간의 홀이 생겨서 출입이 가능했던 거 처럼. 그 통로가 올 여름에 열린거지, 후훗. '그 통로를 찾아내서 봉쇄하고 편한 잠자리를 사수해야겠어.'라고 생각. 아무래도 바퀴벌레들 때문에 내 머리의 망상기전이 작동한건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어떤 답이 맞는 거 같나요. 공포-작은 바퀴벌레의 거대화, SF-바퀴벌레 왕국과의 통로,사실주의- 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