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손금, 초속 5cm
2007.06.21
0. 아아~ 시간이 흐르고 흘러 드뎌 월급날이닷! ㅋㅋ
1. [황색 눈물] 보러 스폰지 하우스 갔을 때 파란 하늘이 예뻐서 들고 온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는 영화 팜플렛을 보면서 나 정말 오염된(?) 사고를 갖고 있구나 싶은일이 있었다. 사실 밝히기가 좀 뭐-한데 이 말의 뜻을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해 본다. (기억의 유통기한이 점점 줄어드니 이렇게 보조 기억장치인 기록에 집착하고 있다, 요즘은. 어딘가 보관해 두었을 대학실습일지속 치매진단테스트를 해봐야하는가 싶을 정도로, 흑...)
처음에 저 영화 제목을 보고는 시체 강간의 '시간'을 떠올려버렸다. 내가 원래 그렇게 폭력적이고 엽기적인단어를 일상적인 단어보다 쉽게 떠올리는 사람이었나 싶어서 자괴감이;; 예전에 카이님 블로그서 '간당간당'이란 단어에 '강간'을 연상했다는 수많은 덧글들을 보며, 왜 그렇게 연상을 하는 거야 싶었는데, 나 역시도 마찬가지라닛...ㅠㅠ
팜플렛에 적혀진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의 뜻은 이렇다. '하루중 어둠이 서서히 세상을 덮는 해질 무렵의 시간. 이때는 아직 다 가시지 않은 낮의 밝음이 어슴프레 내려앉는 어둠과뒤섞여, 저 멀리 있는 짐승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불분명한 시점이다. 이처럼 어둠과 밝음, 낮과 밤이 혼재된 시간을 프랑스 사람들은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 부른다.'
한마디로 석양이 머무는 시간대. 그 시간을 이렇게 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싶었다. 그런데 왜 하필 개와 늑대일까. 눈과 벚꽃 사이의 시간일 수도 있겠지, 초속 5cm의 감성으로 본다면. 어쨌든 이렇게 모든 것이 모호하면서 뭉뚱그려져서 하나가 되는 시간이 난좋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아. 제목에서 이상한 걸 떠올린 내 잘못이긴 하지만...
2. 병원 선생님들과 라운지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손금을 좀 볼 수 있는 선생님이 내 손을 보더니, '왜, 여기있니?'라고 말씀을 하셨다. 손목에서 중지로 이어지는 긴 선이 분명하게 연결되어 있는면 초,중,말년 운이 쭉 좋고 두각을 나타낸다나 뭐라나. 손가락 사이로 그 선이 빠지지 않고 중지쪽으로 이어져 있기도 해서 좋은 손금이라고. 원체 사주, 손금, 점 같은 거 믿기 보다는 재미로 여기는데 좋은 뜻으로 얘기해 주시니 기분은 좋았다. 그 손금의 어느 정도의 시간만큼에 지금의 나는 놓여 있는 걸까.
3. [초속 5 센티미터]를 봤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라는 정의가들어 있던 예고편이 맘에 들어서. (의미부여에 목숨거는 나.) 게다가 신카이 마코토감독 아닌가. 일상 속의 시간과 거리와 사랑은 늘 이 분의 주제였지.아니나 다를까 영어 제목에 또 'Distance'가 들어가 있다. [별의 목소리]의 영문 제목은 'The voice of a distance star', 이번 [초속 5 센티미터]의 영문 부제도 'a chain of short stories about their distance' [벚꽃무리][코스모나우트][초속 5 센티미터]의 세 단편이 옴니버스 식으로 연결되면서도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데 정말 영상이 너무 예뻤다. 특히나 빛을 잘 잡아내서진짜 햇살과 빛을 바라보는 듯한 눈부심을 느끼기까지!그리고 푸른 하늘과 흘러가는하얀 구름도 생생해서 좋았고. 벚꽃이 흩날리는 영상도, 눈이 천천히 내려 앉을 때도. 그래서 오히려 인물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은게 흠이라면 흠일까. 1시간여의 상영 중 마지막 부분에터져나오듯이 흐르는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가사에 너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말랑말랑한 기대는 노래의 끝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사라지고. 하지만 대부분의 첫사랑은 이 애니의 결말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거리, 변화, 가로놓인 시간의 담. 몸은 곁에 있지만 마음은 시속 5 킬로미터의 속도로 멀리 떠나간다. 혹은 마음은 초속 5 센티미터의 속도로 천천히 가라앉아 멀어지지만 몸의 거리가시속 5 킬로미터 이상으로 순식간에멀어져 버린다. 문득 거리와 시간과 속도의 공식이 뭐였지라고 궁금증이 인다.
보태기.
시간에 대한 글을 쓰며, 시간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예전에 읽은 이영아의 만화가 떠오른다. [윙크]였나에 짧게 몇 주 실렸던 단편이었는데 제목은 기억이 안나지만 내용은 이랬다. 점쟁이 선배에게 자신의 운명의 상대는 자신보다 두 시간 뒤에 있다는 말은 들은 여주인공이 그 상대를 만나기 위해 모든일정에서 두 시간 분량만큼 늦게 생활한다는. 물론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질책과 불만이 들어오지만, 시간을 거스르면서까지 그 인연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노력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이 만화의 끝을 아마 못봤지 싶다. 그 인연을 만나긴 하는데 그 다음에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