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세계의 끝, 여자친구 by 김연수
1.
김연수,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같은 이름을, 시간을, 공간을, 상황을 살아오고 겪어낸 사람이 있어서,
기억의 일부를 밝혀주는 작가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엔서울타워가 아닌 남산타워로 부르고
중공군 비행기 사건을 아빠와 함께 겪고
남대문이 타고 용산 참사가 일어났던 시절을 알고
시청과 광화문과 종로와 남산 팔각정의 한 시대를 함께 보고 느끼고
무엇보다 남산 부근의 밤하늘이 푸르단 걸 아는 사람이 또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모든 걸 살아온 사람이 나뿐이 아님에 위로받는다.
그 두려움을, 그 슬픔을, 안타까움을, 참담함을, 쓸쓸한 아름다움을
비슷하게라도 알아 줄 사람이, 느껴 줄 사람이, 나타내 줄 사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내 기억의 다만 몇 프로나마 이해해 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있어 혼또니 유캇타데스요.
2.
어쩌면 문틈 같은 것.
언어란, 소리란 그 문틈 사이로 비어져 나오는 일부
몸으로 하는 말은 그 너머 문 안 쪽에 혹은 문 밖의 실체
그래서 말이 필요하고 또 침묵이 필요한 것
실체가 보일 땐 말이 필요없고 문틈으로 밖에 소통하지 못할 땐 소리가 필요하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얘기했고, 더이상 말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서로 사랑했다.'
- 김연수, [모두에게 복 된 새해- 레이먼드 카버에게] 중-
의 문장은 이런 뜻이 아닐까.
3.
후쿠오카 가고 싶다. 이즈미 하니 사노 이즈미의 눈빛이 떠오르고.
삿포로 가고싶다.오타루 하니 오르골과 운하가 떠오르고.
눈 덮힌 후라노 비에이 언덕도 그립지만 꽃 덮힌 그 곳이더 보고 싶어진다.
+
연수씨와 키냐르씨를 통해서 역사하시는 그 분 때문에 요즘 제 뇌 속의 시냅스 틈 사이에서 아세틸콜린들이 과잉분비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피곤합니다. 하지만 또 행복하기도 하군요. 봄날은 가지만 제 메모장은 계속 흘러 넘치는 축복이 임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