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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밑줄을 긋다... 사진은 언젠가의 Seoul Int. Book Fai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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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6. 12. 23:20 ♥추/억/일/상-일기♥

2008.06.12

창 밖으로 새파란 하늘에 새하얀 해파리 구름이 둥실둥실 떠있는 선명한 꿈을 꾸다.

가장 오랜 시간 친구라는 이름으로 묶여온, 친구의 결혼 청첩장을 메일로 받곤 가긴 가야하는데 그 날의 스케쥴 때문에 다른 일들을 어찌 조정해야 하나만 생각하고는 그 외의 감정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첫 외래 환자를 받는 날, 오랫만에 해보게 되는 IM.(근육주사)과 IV.(혈관주사)를 비롯한 각종 새로운 flow에 부담감을 느끼며 출근하는 길. 어찌 보면 무사히랄수도 어찌 보면 제 정신이 아닌 채, 내시경을 간신히 끝내고 뒤늦은 점심을 먹고 산적해 있는 듯한 외래 환자 flow 뒷처리를 남겨두고급히 수술실로 들어가고 나와서 정신 놓고 일한 흔적들을 찾아 다시 제 자리에 안착시키는 작업을 한 후 한숨을 길게 내쉰다.

크게 생각했던 일을 어찌됐던 마무리했기 때문일까, 일정에 잡혀 있던 대학 동아리 모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나 자신의 강박증적 집착에 대한 갑갑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며 퇴근 길 흐린 하늘에서 울려퍼지던 천둥의 뇌성 때문이었을까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되었다. 근래 들어 파이프에 물 때가 끼어서 관이 좁아지 듯 마음이 점점 갑갑하게 조여왔다. 그리고그 갑갑함이 가중될수록 울고 싶어졌다. 특히나 정신적 여유가 조금이나마 생기는 퇴근 길에는막혔던 파이프 사이에 가느다란 통로가 생기며 휘파람 같은 소리가 휭휭난다. 그 좁은 길에 잠시나마 물들이 한가득 고이는 퇴근 길의 밤길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면서 가장 두려운 시간이기도 하다. 淸靑한 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들이 떠있는 원내의 풍경 속에서는 어떤 수식어나 위치가 붙어 있지 않은 그냥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몇 분 안되는 시간이기에... 그렇기에 나를 포장하고 있는 것들과 알맹이 사이의 괴리감이 더욱 적나라하게 들어나기에... 내게는 이런 마음을 표현할 언어가 없다. 내 맘이 어떤지 나 자신조차 모르겠는데 그저 위로 받고 싶었다. '내가 널 알고 있어. 그래, 잘 하고 있어.' 같은 말이 필요했다.누군가가 필요한 마음, 말이던 글이던 내 언어를 들어줄 그 어떤 존재. 위로받고 싶었다. 무엇에 대한 위로인지 조차 알 수 없는...

이상스럽게도 이런 때 일수록 타인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의 잘못된 적용일수도 있는데 내가 위로받고 싶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위로받고 싶을거라는 망상이 생기나 보다. 하지만 그 내면을 돌아보면 결국 '내가 널 위로해줄테니 너도 날 위로해줘.'같은 이기심일지도 모른다. '에니어그램 5유형은 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을 지하철로가는 길에 떠올린다.아무도 날 이해하지 못한다고 단정하면서도 누군가는 이해해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놓을 수가 없어... 시간에 대한 강박증과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보여지는 것도 결국은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의지하지 못해서 스스로가 해야지만 맘이 놓이는 거라는 사실을 과연 사람들은 알까.

퇴근길에 합류하며 다시 직장인이라는 수식어로 포장된채 직장인 여성을 소재로 한 책을 읽으며 간신히 차올랐던 물을 흘려보낸다. 어느새 내 맘 속 파이프는 다시 막히고 대신 하늘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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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m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