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2
잃어버린 건 무엇인가?
멀리 사라져간 것들은 무엇인가?
잊혀질 수 없는 건 무엇인가?
이대로 놓칠 수 없는 건 무엇인가?
언제라도 찾아헤맸었던 건 무엇인가?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페페톤스, DRAMA 中
처음 이 노래의 이 가사를 들으며 생각난 문장은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읽었었던, 울림 혹은 이끌림이 있어서 다이어리에까지 적어놨었던 아래의 문장이었다.
결국은 끝까지 붙들고 있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리고 결코 놓칠 수 없는 것도 있다.결코 놓칠 수 없는 일을 위하여 결국 끝까지 붙들고 있을 수 없는 그것을 바치는 사람이 있다.결코 놓칠 수 없는 그 무엇을 위하여 결국 끝까지 붙들고 있을 수 없는 것을 바치는 사람은 결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by 짐 엘리엇
항상 나를 괴롭혀 왔던 건 바로 놓칠 수 없는 그 무엇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현재를 붙들고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과연 이 삶이 결코 놓칠 수 없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확신이란 단어 자체에 이질감과 거부감을 갖고 있는, 천성적으로 회의자지만, 그건 반대로 신뢰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갈구함의 이면이었던지도 모른다. 내가 잃은 것이 분명 있을텐데, 그래서 이리 허전한 것일텐데, 그게 무얼까? 내내 저 의문이 줄곧 멤돌고 있었다. 그러다 읽었다, 오늘, 아래의 글을.
사랑은 창조의 능력
나는 무엇을 하였나. ... 즐거운 마음으로, 혹은 즐거워하게끔 고통스럽게 일을 한 일이 있었나? 게으르지는 않았지만 나는 즐겁게 일한 일이 없고 고통스럽게 일한 일도 없다. 고양이도 새끼를 낳아 그 생명을 자라게 하고 닭도 병아리를 품으며 그 생명을 자라게 하고 혼신의 힘으로, 다 바쳐서... 내게는 사랑이 없었구나. 있었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며 오해였어. 창조의 능력이 없다는 것은 사랑이 없다는 얘길 거야. 하나님이 사랑이신 것은 바로 그 창조의 능력 때문이지. 주여! 저에게 사랑을 내리시옵소서! 욕망이라도 주시옵소서! 집착이라도 주십시오! 주여.
by 임명희, 토지 14권 中
자살기도 후 구조된 명희가 한 자신에 대한 깨달음은 그대로 나로구나. '넌 무심해, 너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주위 사람도 좀 생각해라.' 나 자신이 그런 사람이란 자의식 자체가 없었는데 난 참 사랑이 없고, 열정이 없고,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가'라 물을 때 처음부터 그 잃어버린 것을 갖은 적 조차 없었단 걸 알게 됐다. 애초에 내겐 losing함으로서 gaining할 losing 자체가 없었어. 그럼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얼까?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바닥에, 바닥을 허우적 거리며 13일의 금요일을 맞아
(치고 올라올 수 있는 나무토막 하나가 더 필요해.)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면
때때로 나 자신이 해변에 밀려온 한낱 나무토막에 지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희님 블로그의 '인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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