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07~08
벼르고 별렀던 책들을 대량 정리했다.
다른 사람이 봐서는 예전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맘은 훨씬 홀가분해졌다.
이번 해의 목표는 끌어안지 말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내주는 것, '나눔'이란 단어를 계속 되내이며 덜어낸 책들이 대략 50여권 정도 되는 듯. 책장에 자리가 없어 굴러다니던 새 책들을 작가나 주제, 출판사별로 모으고 틈틈이 눕혀서라도 빈 자리에 책들을 꽂아 놓으니 뿌듯뿌듯~ 게다가 덜어낸 책들을 북꼼에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은 덕에 용돈도 벌고. 꼭 피 팔아 생긴 돈 같아 그냥 막 쓰기도 그렇고 어찌 유용하게 쓸까 생각하는 기쁨도 나름 있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의미 깊게 쓰고픈 맘이랄까...
1. [생일]
책 정리하다가 작년에 생일 선물로 받은 장영희 교수의 영미시 번역 에세이 [생일]을 일년이나 지나서야 여유롭게 다시금 읽게 됐다. (늘 이런 식으로 정리하느라 방청소 하는데 하루는 잡아야 한다;;;) 여기저기 어질러진 가운데 책을 펴들고 읽다가 'i carry your heart with me'란 시에 대한 설명 한 부분에 마음이 가 닿았다. 시의 내용 자체도 내 곁에 계신 그 분을 떠올리게 했지만, 설명 중에 등장하는 에리히 프롬의 글, 미성숙한 사랑은 '당신이 필요해서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하지만 성숙한 사랑은 '당신을 사랑해서 당신이 필요해요.'라고 한다는 그 말에 찌르르ㅡ했다. '그 말이 그 말 아냐?'라고 순간 갸우뚱했지만 당신의 사랑을 생각하니 과연 그렇구나 싶어서 아프면서 기뻤다. 우리의 사랑 고백은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미성숙한 사랑 고백일 때가 얼마나 많은가.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은 거의 항상 대부분 내가 필요할 때 매달리는 수준이었는데, 당신은 그 부족한 나를 사랑하셔서 아들을 보내주시기까지 하시고 거듭 말씀하신다. '얘야, 난 널 정말 사랑한단다. 난 네가 필요해.'라고. 흔한 유행가의 노랫말처럼 들리지만 그 속은 얼마나 틀린지요...
2.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설 다음 날, 각자의 엄마를 모시고K 언니와 넷이서 효도(?)의 날을 보냈다. 설날 힘드셨을테니, 아침에 영화 같이 보고 점심 먹고 드래곤 힐 스파에서 찜질을 하기로 스케줄을 짰던 것. 영화를 뭘 볼까 고민하다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를 보게 됐다. 어렴풋이 제목과 느낌만 기억나는 하이텔 시절의 동명의 글을 떠올리며... 그 테두리에 많은 부분이 첨가되어서 감동의 요소들이 많았지만 핵심 문장은 아마도 이 말이 아닐까 싶다.
'큰 문을 여는 건 힘이 아니라 작은 열쇠다.'란 말.
세상을 바꾸든, 어렵다고 생각되는 무슨 일을 하던 그 일을 이루는 건 모두가 너무나 당연히 여기는 지구를 지키는 영웅, 슈퍼맨이 아니라 key가 되는 작은 요소나 행동, 평범한 사람이란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런데 책 정리하다가 박스에서 예전에 도서전에서 받은 격언 모음집을 발견해서 읽었는데 이런 구절이 있어서 놀랐다.
'사람은 하루 독서를 통해서 손에 열쇠를 쥐게 된다.'
큰 문을 열 수 있는 작은 열쇠를 손에 쥐게 만드는 건 독서란 행위... N사의 게임 팩 중에 '말랑말랑 두뇌 트레이닝'이란 제목이 있는 걸로 아는데 어쩌면 책은 감성은 말랑말랑하게 해주고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소프트 팩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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