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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밑줄을 긋다... 사진은 언젠가의 Seoul Int. Book Fai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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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

신달자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다
피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 나가겠다
내 몸에 그런 흉터많아
상처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버려
고질병 류마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밤 그 통증과 엎치락 뒤치락 뒹굴겠다
연인몫을 하겠다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나겠다.

- 시집 <열애> (민음사, 2007)

8월의 마지막 날, 문학의 집에서 열린 [예장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세익스피어와 현대의 사랑을 다른 문학작품과 공연들이 엮인 문화행사였습니다.

오프닝 격으로 신달자 시인이 위 시를 낭독하셨는데 참 강렬했어요.

그 바로 전에 자막으로 흘러간 논어에 있다는 문장,

'사랑을 한다는 건 누군가를 살게끔 하는 것'이란 말과 함께...

마지막 문장 '작살나겠다'의 여운 속에서 행사가 끝나고

빗길 총총 홀로 우산을 쓰고 산길을 내려 걸어가시는 모습에선

왠지 [시]의 미자가 떠올랐습니다.

posted by rem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