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6-21
날짜 감각이 없다, 요즘.
뭘 했는지 며칠 전의 일도 기억이 안나는데 어느새 시간은지나 벌써 2월의 중반까지 흘러와 버렸다.
월요일에 서점에 갔던가, 화요일에 갔던가, 다이어리를 뒤적이다 월요일이었단 걸 깨닫는다.
역시나 서점은 내겐 밥도둑 김과 같은 존재다. 서점은 김이 밥을 홀랑 없애버리는 것처럼 내 시간들을 나도 모르게 슬쩍 훔쳐가 버린다. 원래는 몇가지 읽고 싶었던 책을 훑어보고 그 중 몇권만 사들고 오자 싶어서 갔는데, 밥상처럼 차려져 있는 이벤트 서적들의 유혹에 굴복해버려서 거의 모든 책들에 한 번씩 눈길을 주다보니 정작 보려한 책은 없어서 다른 서점으로 몇시간이나 지나서 가서 짧게 봤다는 거... -_-;
그렇지만 마르바 던의 신작인 [언어의 영성]을 본 건 뜻 밖의 수확. 방 안에 널려 있는 책들의 부담감 때문에 늘 그렇듯 깊이 있고 높이도 있는-두껍단 얘기다;- 그녀의 책을 사들고 올 수는 없었지만 머릿말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설레게 하는 문장들.
이 책의 원제는 'Talking our walking'-정확하진 않다. 뭐 그렇지만 의미는 비슷하다. 검색하면 되겠지만 귀찮다;;;- 뜻을 풀어보자면 행하는 대로 이야기하라는 뜻이다. 언어의 오염으로 정작 행하는 것대로 바르게 영적 언어를 사용하지 못함으로서 일어나고 있고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염려로 씌여졌다고나 할까. (다 읽어보지 않았기에 확실하진 않다. 머릿말과 목차만으로 추측하건데...) 언어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인지 얼마 전에 출간된 유진 피터슨의 [비유로 말하라]가 연상되기도 했는데 함께 읽으면 좋을 듯 하단 생각도 살짝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내게 꽂힌 문장은 그 말이 아니다. 이런 제목을 짓게 된 원 문장에 대한 머릿말에서의 글이 맘에 와닿았다.
Walking our talk. 우리가 말하는 대로 걸어가기. 그렇게 말처럼 살아가기. 이렇게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성경의 말씀대로 모든 기독교인들이 살아간다면 이 세상이 곧 천국이 될 수도 있겠지...
그래도 모처럼 서점에 왔는데 아무 것도 안사들고 가는 건, 게다가 시간도 이리 많이 보냈는데 수확물(?)이 없으면 아쉽기에 작년부터 읽어보려다가 못읽은 책을 한 권 사들고 나왔다. 제임스 에머리 화이트의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 사랑하기]. 작년에 L과 이야기 했던 세상 속의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하나님께서 왜 그저 두고 보시며 침묵하는지에 대한 미해결된 생각들, 얼마 전에L목사님과 얘기했던 자유의지와 죄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 또 계속해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안타깝게 이 생을 떠나서 하늘나라로간 사람들에 대한 고민들에 대한 선택이었을거다.책 표지에 적혀있던 고든 맥도날드 목사님의읽다가 계속 멈춰서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는 추천의 글도 선택에 한 몫을 담당했고, 그리고 그 결과는 책을 반 정도 읽은 현재 사길 잘 했다고 생각...
'꿈꾸라'에서어떤 게스트가 한 말이 연상된다. 이해해서 사랑하게 되는 게 아니라 사랑하니 이해하게 된단 말. 하나님 사랑하기도 마찬가지다.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하나님의 시각으로 다 바라보고 이해할 수 없다. 강호순 사건도, 김 추기경의 선종도, 이 책을 읽던 중 들은 대학동아리 선배의갑작스런 교통사고 소식도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침묵하고 계시지 않다는 것, 그 안에 내겐 이해되지않는 많은뜻들이 숨겨져 있음을그분을 신뢰하기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사랑까지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 하나님 사랑하기의 각 측면을 나타내는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건, 에니어그램에서 나타내는 인간 본성의 3요소, 가슴, 머리, 장의 세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혼을 다하여(성품을 다하여) 하나님 사랑하기에서 말하고 있는 하나님의 침묵에 대한 글을 읽으며 싸락눈 내리는 명동길을 걸어 간 극장에서 본 [오이시맨]의 첫 장면은 책에서 못다한 말의 숨겨진 부분을 채워주었다.* 그래서 차가운 눈도 따뜻하게 느끼며 흡족한 마음으로 귀가를 했더랬지. 훗카이도의 그 겨울을 영화로라도 다시 느껴보려고 본 영화인데,- 그래, 실은 이민기의 그 뚫는 듯한 눈빛이 보고 싶었다.- 몬베츠의 유빙과 함께 떠내려오는따뜻한 심장이 몸의 절반을 차지하는 생물 때문에 겨울보다는 따뜻한 봄을 품고 있는 느낌이었어.
* 하나님과의 관계는 보는 게 아니라 듣는 관계야. 그래서 그 침묵 속에 숨겨진 걸 듣는 감각이 필요한 거지. 그런데 [오이시맨]의 현석이 느끼는 난청은 듣는 것 뿐 아니라 심해지면 균형 감각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 첫 장면에 나와. 그래 그 분의 말씀을, 침묵을잘 들으면 세상에 대한 균형이 잡혀. 보아서 균형을 잡는게 아니라 들어서 균형을 잡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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