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30
오랫만에 8시 1부 예배를 드리고 여행으로 밀렸던 일들을 정리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사진과 음악을 씨디에 굽고, 크레듀 강좌 테스트를 마치고, 급한 불은 껐다는 생각에 느슨해져서 이웃블로그 순례를 해본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로 알게된 오소희님 블로그에 들어가니 새 글이 올라와 있다. 중빈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서 겪은 일들에 대한 생각들.
그 글을 읽다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21일 도쿄로 가기 위해서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받고 막 빠져나왔을 때 걸려왔던 전화 한 통화. 아들이 아프다는 친구의 전화. 근처 병원에 입원은 했는데 며칠째 열이 안내려서 걱정이라는 친구가, 친구가 간호사라고 상담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난 짧은 시간, 비행기가 뜨기 전까지 보고 할 것들의 리스트가 떠올라 제대로 듣고 있지 않았다. 입에 발린 뻔한 몇가지 조언을 대충 중얼거려주었을뿐,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커녕 귀찮았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서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 이러고도 친구가 맞나 싶었다. '보이는 바 내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보이지 못하는 나를 사랑한다고 하느냐'는 당신의 말씀이 떠올라서 나 자신이 싫어졌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쏟지 못하면서 월 얼마의 돈을 월드비전에, 굿네이버스에, 엠네스티에 보낸다고, 그저 일주에 몇번 교회에 가고 예배를 드린다고 내 마음의 딱딱하게 굳은 어떤 부분들이 말랑말랑 해질까, 과연?
어제는 또 이런 일도 있었지. 교회에서 모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때 마침 교회에서 나갈 때는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날은 여전히 흐렸다. 전도사님께서 유일하게 우산을 갖고 왔던 내게 집이 먼 친구에게 우산을 좀 빌려주라고 하셨다. 그 친구는 괜찮다고 그냥 집으로 향했지만 그 때 우산을 빌려주기 싫어했던 내 맘을 스스로 느꼈기에 집까지 돌아가는 그 짧은 시간에 씁쓸해졌다. 아끼는 우산을 다른 사람에게 내주기 싫어하는 내 물욕에, 사람보다 물건에 집착하는 나 자신에,더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상대에 대한 불신에, 내 마음 속에 숨겨져 있던 더럽고 딱딱한 것들이 빤히 들여다 보여서 우울해졌다. 당신이 원하는 바는 물론 이런 자기연민이나 자존감 저하가 아니라는 거 알지만, 내가 자꾸 싫어지는 건 어떻해야하지...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찾아서 부드럽게 녹일 수 있는거지? 어떻게 하면...
'답은 니 속에 있어.'라고 또 다른 내가 말하지만 녹여낼 의지는 남아 있는거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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