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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밑줄을 긋다... 사진은 언젠가의 Seoul Int. Book Fai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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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2. 25. 04:18 ★고.씨.리.얼★

BGM: 이소라, 바람이 분다.

내 한 주간의 주제는 '바람'이었다.

시작은 북꼼에 올라온 촌장님의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는 게시물로부터...

저 말을 보는 순간, 예전에 [렘.린.사.전]메뉴에 올린 글이 무의식의 저편에서 둥실 떠올라 의식의 세계로 넘어왔달까? 그 게시물을 보고 저 말이 실은폴 발레리란 프랑스 시인의 [해변의 묘지]로부터 시작됐다는 걸 알고 그 시를 찾아보았으나 역시 시의 세계는 내겐 넘기 힘든 장벽과도 같아, 뭐야, 저 구절 외엔 별로 내 감성에는 다가오는게 없는 걸, 쯧쯧으로 마무리...

하지만 의외의 소득도...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라는 노래를 제대로 인식하며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언듯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그 의미를 파악하며 들었던 노래가 아니었는데, 우연히 가사를 보니, 한 문장만 크게 확대되어서 들어왔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그 말 때문에 한동안 떠나지 않았던 질문의 답을 찾은 듯한 기분이 되었다.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수술간호 분야회 총회를 가던 차 안에서 들은 김원희의 라디오 방송 사연글 중에 있던 이야기, '추억은 힘이 없다.'의 이유를. 떠나간 연인을 잡을 힘이, 추억엔 없다... 추억에 힘이 없는 이유는 다르게 적혀있기때문이다.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함께 겪은 추억이기에 같은 추억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같은 책이나 영화를 보고도 100만명이면 100만명 모두 미묘하게 다른 포인트에서 웃고, 다른 이유로 울듯이, 실은 다른 추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 추억으로 널 잡을 수 없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걸, 더 이상 우리의 추억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덜 아플거야. 선유도로 가던 다리에서 불던 거센바람도, 한강변 비탈길에서 잡아주었던 힘센팔과 따뜻한 손도 결국은 내 기억이고, 네겐 다르게 적혀있거나 아예 적혀있지 않을지도 모르지,,,네게 적혀있는 추억은 난 기억조차 못할지도 모르고...노부오와 하치의 이야기가 다르듯이.

실연을 당해야 노래가 만들어 진다는, 그녀의 노래를들으며, 이 곡이 6집 [눈썹달] 수록곡이란 사실을 검색으로 발견해 놓고는 또 다시 기억속의 그물망이 작동했다. 어쩌면 동류일지도 모른다. 마이너스 에너지를 동력 삼아,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와 이가사를 썼을 때의 그녀가. 2004년, 그녀의 '눈썹달'과 1996년, 나의 '손톱달'은 같은 맥락이다.또는이소라의 노래와 신경숙의 글을 좋아했던 글맛의 밤하늘님이나 이소라와 동감하며 교류하던 임형주도... 그렇게 겉으로 봐서는 너무 다른 이들의 보이지 않는 숨겨진 부분들이 이어져 있는 건, 추억은 힘이 없을지 모르지만 공감은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한다. 우정이 바래지 않는 이유와 같을까... 사랑은 핑크빛이라 바래지만 우정은 무색이라 영원하다는 친구의 카드 속 말처럼.

더불어 '바람'이란 단어의 연상작용으로계속 올라오는 리뷰들 중에서 눈길이 갔던 책 한 권이 생각났다. 모리 에토,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단편집이란 말에 젖혀두고 있었지만, 권신아의 표지그림도, 리뷰 속에 등장하는 책의 분위기도,서점에서 발견한 [리듬]에적혀있던 작가소개의 전력도 모두이소라, 달, 밤하늘님, 나와 동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걸... 침잠하지 않기 위해 애써 호기심을 잠재워 보지만 분명 언제가는 읽게 될거라는 예감이 든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이 글을 적으면서 이태준님이 쓰신 단어 하나가 떠오른다.'심적 나체'란 말.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수필은 심적나체라는 말을 하셨던 듯하다.내 심정이 그렇다, 바람 앞에서, 이 글을 읽는 이들 앞에서 심적 나체로 서 있는 듯한 기분. 저 아래 숨겨진 부분을 보이는 느낌... 무섭기도, 떨리기도, 누군가가 따뜻하게 덮어주길 바라는 바램이 엉켜서 흔들린다.

문득 사람들이, 내가 계절을 타는 이유는 바람이 불기 때문이 아닌가란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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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고픈 책 리스트에 오른 책들

하나. 모리 에토,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둘. 이시다 이라, [잠들지 않는 진주]- 이시다 이라이기 때문에, [1파운드의 슬픔]의 감성을 또 느낄 수 있을까
셋. 에쿠니 가오리, [마미야 형제]- 영화로도 만들어 진다네, 스티커도 서점에서 주더라는, 그녀표 코믹은 어떤걸까?
넷. 마쓰히사 아쓰시, [천국의 책방]- 영화로 봤는데 원작이 소설이라니, 게다가 한 책방주인의 열정을 불러일으킨 이유가 궁금

아니 근데 왜 다 일본소설이야? ;;;

관련 트랙백- 카이님 블로그

http://caropine.egloos.com/799610공감하는 부분이 다른 점에 대한 글. 관련률 90%

http://caropine.egloos.com/954583온라인에서 살아남기, 신비주의 또는 동류로 느끼게 하기. 관련률 30%?

posted by rem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