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드러 누워 있는 초승달을 보고는 요즈음 센치한 기분이 확~ 더 달아올라버렸다.
평상시에도 별로 바닥 안보고 하늘만 보고 다녀서 넘어지기는 일상다반사고,
시선은 늘 하늘에 꽂혀있는 편인데, 오늘따라 초승달이 너무 환하게 밝은 거 아닌가?
'너ㅡ 정말 초승달 맞냐, 실은 보름달인 거지?'라고 괜히 시비 붙고 싶을 만큼.
새초롬한 초승달을 보며, 고3시절을 떠올렸다. 9시까지는 야타(야간 타율학습;)였고
11시에 수위아저씨가 문을 닫을 때까지의 2시간이 진정한 야자(야간 자율학습)였는데
그 때까지 남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소방도로로 뻥 뚫어놓은 아주 가파른 길이 있었다.
길 이름이 오죽하면 '감동!산길!'이었을까. (실은 '감'동산길임;) 그 길을 오를 땐 늘 달이 친구였다.
그 친구를 위해 '손톱 달'이란 글도 썼었지... 같은 제목의 노래가 근래에 불려져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오랜만에 그 달을 보니, 늘 외로울 땐 너밖에 없구나 싶기도 하고 '이면'을 갖고 있는 동지 같기도 하고.
원래도 달밤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 달에 집착하게 만든 글이 있었다.
실은 이 말 하려고 서두가 길었다. 장 그르니에의 [섬] 중에 한 부분.
읽다가 찌릿~ 감전됐었고, 그 문장 하나만으로 [섬]이 의미있는 책이 되었던.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쪽밖에는 보이는 법이 없다고 한다. 흔히들 짐작하는 것보다 수가 많은 어떤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우리는 그들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서는 다만 추리적으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정말, 진짜, 참말로 그렇다고 동감했다. 그 당시 열심히 읽었던 독서평설에서 쌓은 지식에 의하면, 지구에서 보는 달은 늘 한 면 밖에 안보인다고 한다. 달이랑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달은 늘 같은 부분만 보여줬던 거지 은밀한 부분은 절대로 내비춰주지 않은 거다.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절대로 자신의 어떤 부분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인간은 절대적으로 혼자다. 나 역시도 100%를 누군가에게 보여줬던 적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부부일지라도소통률 100%인 관계는 있을 수 없다는 깨달음을 저 달과 [섬]이란 책을 보면서 절망적으로 고통스럽게 깨달았던 기억.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또 너무나 아픈 깨달음이었지... 보이지 않는 그 부분을 그림자만이라도 보고, 그렇게희미하게라도 추리하며 알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얼마나 좋을까, 혹은내게 있는 달의 이면을추리적으로라도 알 수 있게 내 보일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이승우의 [생의 이면]이란 책을 읽어보고 싶어.'라고 생각했던 기억까지 되살아나네, 역시나 고3때도, [섬]을 읽던 그 시절에도, 지금도내 화두는 관계와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이면이었나...? 아, 생각해 보니 이태준님의 소설 중에도 [달밤]이 있구나... 역시나 달은 내 운명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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