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05~06
새벽에 병원에서 온 전화를 받고 높으신 분(?)의 시술을 위해 눈을 부비며 탄 오랫만의 휴일 아침의 전철...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간대에는 잘 안보이지만 서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3호선의 끝자락 역에 정차하면, 앉은 자리에서 건너편의 역명을 쓴 판대기(이걸 뭐라 부르지?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더니 완전 어휘력 상실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음; 아는 단어도 생각 안나고, 머릿 속에서 생각하는 말과 입에서 나오는 말이 달라지는 현상이 일상다반사가 되고~ㅠ_ㅠ)도 보이고, 투명 보호막(이것도 정식 명칭이 뭔지? -_-;) 위에 씌여 있는 명언도 차창 너머로 보인다.
이날따라 이상하기도 하지,,, 늘 늦잠 자는 토욜에 불려나가는 거라 전철에서 거의 비몽사몽이었는데도 마침 전철이 멈춘 그 순간에 창 밖을 보았으니, 마침 내가 앉은 자리에서 건너편 차창의 명언이 보였으니. 그리하여 만난 구절은...
'죽음보다 더 강한 것은 이성이 아니라 사랑이다. by 토마스 만'
무심결에 본 구절에 철렁했다. 그냥 당신이 생각났다. 그래, 죽음보다 강한 것은 수많은 철학과 논리가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지. 십자가 사건은 이성의 잣대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당신의 사랑으로 가슴에 새기는 거겠지. 당신이 죽을 수 있었던 건 우리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지...
10여분만에 끝나는 시술을 위해 왕복 2시간여를 길에서 보냈지만 이 구절을 만나서 꽉찬 하루가 된 기분. 토마스 만, 그의 책을 방 한구석에 빼곡이 올려놓고 못 읽은게 몇 개월인가. S언니의손 때가 묻은 책, 내가 좋아하는 요셉의 이야기가 적힌 토마스 만의 장편을 읽어 보고 싶은 맘이 다시금 들었다. 게다가 신년주일 목사님의 말씀도 야곱의 요셉에 대한 축복 말씀이라니.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며? [요셉과 그 형제들]에서 죽음보다 더 강한 것들을 찾는 한 해가 되길. 내가 요셉을 좋아했던 건, 그의 비전과 바른 생활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용서와 사랑 때문이었음을 잊지 않는 2008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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