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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밑줄을 긋다... 사진은 언젠가의 Seoul Int. Book Fai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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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 27. 13:59 ♥추/억/일/상-일기♥

BGM with Ito Yuna, [Truth]

굿바이님의 전설을 들으며, 조금은 겪기도 하면서, 그 즐거움 가운데 머릿속에서는 나름의 그물망이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블리는 MBTI에서 I(내향)입니다. 제 에너지는 혼자서 조용히 있는 가운데 축적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기진맥진 에너지를 써가면서도 함께 하는 이유는 책과는 다른 이야기 속에서 좀 더 생생한 생각할 거리를 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럿이 모이면 좀처럼 제 얘기를 꺼내지 않아요. 들으면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하느라... 어제도 그랬지요. 마법의 술잔을 바라보며~^^

다양하고 진기한(?) 대화거리들이 오가는 가운데 제 낚시에 걸린 건 아래의 주제.

1. 사진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어-특히나 특별했던 사람에게 '훗~'이라고 여겨지고 싶지 않아서- 사진을 찍히고 싶지 않다는 G님. (숨길만큼 숨겼습니다, 저 미움 받는 건가요?) 예전에 사진과 관련해서 했던 생각들이 되살아 났어요. 그래서 그 때 적어놨던 노트를 정말 몇년 만에 펼쳐보았습니다. 연필의 사각거림을 좋아했던 때가 있었죠. 제가 아직 소녀였을 때. (제가 지금도 소녀라고요-? 감쪽 같이 속으셨군요, 훗; '달의 이면'은 쉽게 보이지 않아요...)

사진 안에 존재하고 싶다는 건, 특히 그가 있는 사진 속에 함께 존재하고 싶다는 건, 내가 그와 같이 찍힌 사진을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가 내가 찍힌 사진을 간직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란 걸.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길 바라는 욕심이라는 걸. 그의 배경으로 존재하는 나라도 아주 가끔은 그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그가 '이런 사람이 있었지.'하고 생각해 주길 염원하는 것이란 걸. 비록 그가 그 사진을 간직하는 이유는 내가 아니라 그 자신 때문이지만. 비록 그가 그 사진을 앨범 속에, 혹은 지갑 속에 넣어두는 이유는 내가 아니라 그의 또 다른 그 때문일지라도. 98.06.16

2.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을 감명깊게 읽었다는 G님, 그리고 시의 세계로 함께 풍덩해버린 A님. 전 아직도 소녀라서 시는 너무 어려워요; 하지만 오랫동안 안펼쳤으니까 다시 보면 또 뭔가 새로운 게 보일까 싶어, 기형도의 [잎 속의 검은 잎]을 몇천만년 만에 꺼내들었습니다.

아직도 기억해요, 이 책을 샀던 때. 독특한 숙제를 내시는 선생님들이 종종 있었는데,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께서는 4권의 시집목록을 적어주시며 사가지고 오라고 하셨죠. 그리고 직접 한명 한명 책 검사를 하며 일일이 책에 본인의 싸인을 하셨어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숙제였는데 그렇게라도 해서 개인 소유의 시집을 갖고 읽게하고 싶으셨나봐요. 그래서 기형도 시집을 샀단 건 아니고, 생물 숙제로 [이중나선]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고 해서-고3한테 이런 숙제 내주는 학교도 있나요? 그러나 은근 자랑스러움.- 책 구입을 위해 동네 서점에 갔는데, 왠지 기형도의 시집이 눈에 들어와서 정말로 언발런스하게 [입 속의 검은 잎]과 [DNA학 입문]을 샀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의지를 가지고 산 최초의 시집일걸요, 아마.
각설하고 [질투는 나의 힘] 다시 읽었는데, 여전히 이해 불가랍니다. 대신 목차를 뒤적이다 [종이달]이란 제목이 맘에 들어 읽어내려가다 누군가의 닉을 발견하고 후훗; 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 분 드러내는 걸 상당히 어려워 했구나, 시어로 꽁꽁 숨겨놓고 누군가 풀어헤쳐주길, 그 맘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으려고 시를 썼구나라고... 하지만 그 암호를 헤치고 열쇠까지 갖고 자물쇠를 열어줄 사람을 결국은 만나지 못했구나 싶어서, 잃어버린 건 찾지 못하고, 잃을 것만 헤아릴 시간만이 남아 있는 사람들을 조금은 원망했죠. 나 역시 마찬가지란 걸 알면서도.

3. 길
길치클럽 멤버인 G님의 한마디에, 같은 길치 클럽인 블리도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말의 뉘앙스에서 지리적인 길치뿐만 아니라, 인생의 길치라는 느낌이 들어서 흠짓했답니다.

국가고시 준비할 때가 god의 [길]이란 노래가 거리에 흘러넘치고 있던 때였지요.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 있어서일까, 그 노랫말이 더 절절이 다가왔어요.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그래요, 5년차나 되어서 겨우 내가 왜 이 길에 서 있는지 말할 수 있는 이유를 일부나마 찾았어요. 수술실에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피를 보는게 무섭지 않아?'라고 묻죠. 그럼, 이젠 답할 수 있어요. '같은 피지만 사람을 죽이려는 피가 아니라 살리려고 내는 피니까 전혀 무섭지 않아.'라고. 전 길치라 아직 제가 서 있는 길이 목적지로 가는 최단거리인지 알지 못해요. 하지만 목적 하나 믿고 가고 있어요. 적어도 지도는 있으니까 언제까지고 헤메고 있지는 않을거라 믿으며.
'많은 사람을 옳은대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비취리라...'

같이 길을 찾을 동지를 구합니다~^^

보태기.

저도 잊을테니,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한 얘기들은 잊기예요.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아시겠죠? 사실 반쯤은 기억못할 거라 생각하고 말한거라서) 전 역시나 아직도 제 중심적이란 말입니다. 글도, 생각도...

생각나는 다른 화제들은 태그에 교묘히 숨기기...ㅋㅋ

태그/ 네이년과흥신소mouth부적,베이비스킨과턱선으로이어진잼난영샘님과의전화찬스,복길이싸인저도해줘요,목련꽃지면죽어버리련다,세렌디피티봐야겠네,장국영노래원츄,꽃피는봄에다시봐요,그래서카페멤버만글공개했다구요.

- 북꼼에 올린 글입니다.

posted by rem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