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꼼의 두번째 번개, 알고보니 엄태형님과 웬디양의 짜고 친 번개였다는;;;
엄태형님이 번개하자고 글 올리면 웬디양이 첫 덧글 달기로 이미 선약이 되어 있었다는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던 번개였던 겁니다!
그 사실도 모르고 블리는 밀린 리뷰를 쓰다말고 웬디양의 지극정성 문자공략에 설복당해
약속시간인 2시 조금 넘어서 만나기로 한 종로 반디앤루니스에 도착했더랬죠.
정모를 통해 엄태형님 얼굴은 알기에, 양띠 클럽 발족을 모종에 합의(?)한 관계이기도 해서
별로 어려운 감은 없었으나 이미 빨간두건님과 엄태형님은 지나간 4-5년전의 중국여행길에서의
뒷얘기들로 바쁘셔서 약간의 소외감을 느끼며 종종걸음으로 셋이서 인사동쪽으로 향했습니다.
(두 분의 관계는 웬디양 후기 참고)
원래 길눈이 어두워 다시 가라고해도 못찾을 곳, 지대방 도착.
늘 제목과 이름의 의미에 집착하는 블리는 찻집이름의 뜻을 물었는데,
한 때, 이 곳에서 알바도 하셨던 태형님 왈,
'수행 중이던 스님들이 잠시 수행을 멈추고 쉬는 곳이란 순 우리말'이라고 알려주셨어요.
어쩐지 스님들도 간간이 찻집에 보이더라는... 지대로 된 찻집이란 숨은 의미도 있을 듯~ㅎㅎ
먼저 대용차라는 걸 시켰죠.처음엔 그게 하나의 차 이름인지알았는데,
차에 관해선 문외한인 제게 눈을 번뜩이며 설명해 주신 태형님.
잎으로 만든 차만 차고 나머지는 탕이나 즙이라고 그래서 오미자차가 아니라
정확하게는오미자 '탕' 내지는 '즙'이 맞다는...
해서 대용차란 잎차가 아닌 다른 것들.
태형님이 추천해 주신 오미자 즙(?)과 모과 탕(?) 중 차가운 모과를 전 시켰어요.
(두번째 사진에 (5) 참조: 제가 다 마셔버린 빈 찻잔입니다.)
원래 집에서 만들면 좀 덟떠름 한데지대방 차는 전혀 그런거 없고 맛났죠.
정성스레 차주(맞나? 용어에 약해서;;)로서 서빙하시는 엄태형님.
한 때 다음 차 동호회 만들고 학보사 인터뷰도 받았다는 숨겨진 차 매니아!
둘이서 창단 멤버로 양띠 클럽 만들고 말놓기로 했는데 어색해서 자꾸
존대와 반말이 엉키고~ (그래도 즐거웠네, 친구! ^^)
저 보온병 왠지 된장국물 따르는거 같다고 찍지말라고 했는데 그냥 올려버리는 센스;;
사실 진지한 태형님의 표정을 보여주고 싶었던거니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길...
여기서 잠시, 엄태형님을 놓고 벌였던 갖가지 추측, 소문들을 파헤쳐보면,
(1) 웬디양&블리: 갖 제대한 군인인지 알았어요. 머리가 짧고 동안이라...
(2) 엄태형: 정모가서 고등학생이냐는 얘기도 들었다네;;
(3) 곰팡이: 차도 좋아하시고 머리도 짧고 해서 불가쪽에 계신 분인줄 알았어요.
진실은... 아들내미와 딸내미 하나씩 있는 한 집의 가장(부인은 한량이라 부른다는)이랍니다.
사진 속에 있는 차는 아마도 제일 싸구려였을 듯한 제가 일본서 가져온 라벤더 홍차
이거 마시고 있자니 곰팡이님과 웬디양이 짜짠 나타나셨어요.
두 분 다 머나먼 곳에서 차향을 맡고 이 곳까지 왕림하신 거였죠.
차가 하나씩 저 반디앤루니스 쇼핑백에서 나올때마다 열심히 적은 결과,
저희가 마신 차 목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1. 안계철관음: 향이랑 맛이 딱 제 취향, 이름도 뭔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2. 라벤더 홍차: 차 번개라 해서 한번 들고가 봤는데 부끄러운;;
3. 육계: 웬디양 후기에 그 까만 드림카카오 같은 통에 있던 차,향이 진했어요.
4. 보이차 첫번째: 뭔가 노스텔지어가 스물스물 올라오는 듯한 옛날 과학실의 습기찬 향이
떠오르는 정말 따뜻한 감성이 피어오르게 했던 차. 이건 숙차(인공으로 빨리 가공)라고 갖고 오신거
중에서는 제일 낮은 보이차였는데 이 정도도 일반에서는 엄청 좋은 거라 티백과 비교 안되는 차라고.
효과로는 혈액순환 개선. 제게 딱 필요한 차였죠. 1동에서 읽은 [식물동화]도 떠오르고.
5. 보이차 두번째: 1편에 20만원이라 하셨나? 이건 자연숙성이라 훨씬 더 잎들이 살아서 동동~~
(점점 비싼 차로 올라갑니다. 이번에 또 중국 가서 차 사재기(?)해오신다네요~^^)
여기서 또 잠깐, 저 사진 속의 번호들이 무엇이냐?
(1) 화려했던 태형님의 손놀림: 정말 차에 대한 매니아이자 차에 장인이 있다면 그럴까 싶은 휙휙
스쳐가는 날아다니던 손과 대접할 때의 우아함이 꼍들여졌던... 잠깐 차 뚜껑을 바꿔서 닫았을 때도
우리는 나름의 의미부여를 하며 멋있다고 생각했더랬죠...^^
(2) 뭐라더라, 역시 용어는 까먹었지만, 차를 처음에 넣고 물을 붓는 저 주전자 같이 생긴 그릇:
하나가 무려 20만원이랍니다. 플라스틱처럼 생겼는데 흙으로 만드는거래요.
저 옆에 빨간기가 도는 수건도 주전자를 문지르며 온도를 맞추는 거랬는데,
빨간두건님과 전 램프의 지니가 떠올라, 문지르면 차파오 입은 중국 차 요정이 나오는거 아니냐고~
(3)찻잔: 사진 속 다른 찻잔과 다르게 생겼죠? 태형님이 대사님께 선물받은 거라는데 (2)와 같이
흙으로 만든거래요. 찻잔 하나가 20만원 (나, 너무 가격만 잘 기억하는 거 같아;;)
원래 찻잔 포함 다기 세트가 풀로는 200만원이라는;; 확실히 차 좋아하면 집안 거덜날만하다는...
마신 차 목록 이어서...
6. 국화차 첫번째: 지대방 주인 아저씨가 주신, 물을 부으니 꽃이 확 피어났던 사진속의 차
50g에 5만원 정도 한다던... 정말 눈까지 즐거워지는 차였어요.
7. 국화차 두번째: 번개에 참여한 모두에게 나눠주신, 본인이 직접 따서 말린 국화차
이건 향이 정말 좋았지요. 찻잔에 따르자 마자 은은히 흘러넘치던 그 향~
엄태형표 국화차, 지금마셔야겠다~^^ 부러우시면 다음 차 번개에 꼭 오시길!
8. 보이국화차: 앞서 마신 보이차와 국화차를 섞어서 마셨는데 처음엔 보이차의 맛이,
뒤로는 국화의 향이 느껴져서 너무 황홀한 느낌이었죠.
9. 목책철관음: 향이 진해서 어지럽기까지해서 취할뻔한 차.
예전에 태형님이 책과 함께 블로그에 올렸던 차예요.
10. 세번째(7542) 보이차: 1편에 80만원이나 하는, 망한 찻집에서 싸게 사왔다던 전설의 보이차.
적갈생 와인빛이 보이차의 세월을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여기까지 총 10종류의 차를 마셨는데 정말 다들 화장실 들락날락 거리느라 혼났습니다.
첫번째 사진의 보온병이 한 5번 정도는 새로 계속 공급됐었던 듯해요.
거짓말 좀 보태서, 우리가 마신 차 값 다 합치면 백만원은 될 듯;
게다가 3시간여의 대화가 어찌나 재미났는지 화장실 가면 얘기 못들을거 같아 참느라 은근 괴롭기도 한 번개.
그렇지만 태형님이 가져온 차를 다 못마셨다는 사실. 녹차도 마시고 싶었는데요.
우전이랑 세작같은 녹차. 집에는 가짓수를 셀 수 없이 많은 차가 있고 그 차 만큼 다기세트가 있다는
태형님의 집이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우리 양띠 클럽 들어오실 분 없으세요?
태형님 꼬셔서 집으로 다시 차번개 갈까요? ㅎㅎ 양띠 클럽 멤버로 영입된 곰팡이님 어떤세요? ^^
보태기. 차 번개에서 기억에 남는 엄태형 어록 공개
1. 동양에서 차는 놀이고 서양에서 차는 사교다.
(차 친구가 '다우'라네요. 그럼, 책 친구는 '서우'? 그래서 우린 다서우? 서다우?)
2. (두번째 사진 (4)를 보세요.) 찻잎을 저 대나무 자른 듯한 주걱(?)으로 퍼서
찻주전자에 넣는걸 보고, 차 매니아의 깊은 뜻이 있을듯해서
손으로 안 집고 그걸 쓰는 이유가 있냐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하는 말, "호모 사피엔스니까 도구를 쓰지요. 손으로 해도 상관은 없어요."
그 말 듣고 저는 버엉~-_-;;
3. 국화차를 마시며 그 향에 취한 우리에게 한 말,
"국화차는 향편(향기조각)이예요."
4. 차는 혼자서 마실 때가 제일 그 맛을 자연과 더불어 잘 음미 할 수 있고
둘이서 벗과마실 때 대화와 더불어 즐길 수 있고
셋이서 마실때 가장 즐겁게 마실수 있다.
5. 생활 속에 차와 관련된 말이 많아요.
차례, 일상다반사, 개차반...;;
(다섯이서 차를 마신 우리는 개차반을 즐겼습니다~^^;;;)
- 북꼼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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