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조경
이홍섭
일평생 나무만 길러온 노인이 말씀하시길, 조경 중에 제일은 귀 조경이라 하신다.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 잘생긴 나무, 못생긴 나무를 두루 심어놓고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이따금 이파리와 꽃잎의 맛을 보는 조경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제일의 조경은 이 나무들이 철따라 새들을 불러모으고, 새들은 제각기 좋아하는 나무를 찾아들어 저마다의 소리로 목청 높게 노래 부르는 것을 듣는 일이라. 키 큰 나무만 심어놓으면 키 큰 나무에만 둥지를 트는 새의 노래를 들을 것이요, 키 작은 나무만 심어놓으면 키 작은 나무에만 날아오는 새의 노래를 들을 것이나, 그것은 참된 귀 조경이 아니라 하신다.
오랜만에 봄 창을 열고 목노인(木老人)처럼 생각하거니, 나는 이 세상에 나서 어떤 나무를 심어왔고, 네 정원에는 어떤 목소리의 새가 날아왔던가. 나는 또 누구에게 날아가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에 둥지를 틀고 오늘처럼 봄날의 노래를 들려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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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에도 언제부턴가 시 한편 올리고 그 밑에 감상을 적어놓은 꼭지가 등장했다.
그 글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시도 잘 읽으면 큐티 거리가 되는 듯 하다.
요즘은 리포트 때문에 이것 저것 읽고 있는 시기.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이란 문장으로 서귀포를 이야기 한 이홍섭의 최신작 시들을 읽다보니 '귀 조경'이란글이 꼭 큐티를 위한 시 같아 옮겨 본다. 심지어, 우리 조에서는 낭독도 했다. ㅋ
꼭 시편 1편 같은 문구들 아닌가. 나는 어떤 나무인가, 난 어떤 새였나, 또 내 주변의 사람들은?
눈에 보기 좋은삶뿐 아니라 화음을 만들어 내는 삶은어떤 삶일지돌아보게 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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