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신형철이다.
Y사 메일링으로 온 작가와의 만남 요약 글을 읽다가 이 부분에서 딱 멈춰섰다.
" 좋은 비평가는 비밀을 찾아내는 사람이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아니라, 눈이 깊은 사람이죠. 말을 크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들리게 하는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보다 하나 더 읽어낸다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하나 더 변변치 않기 때문이겠죠. 아주 훌륭한 사람은, 완벽한 사람은 타인의 나약함, 어설픔, 찌질함에 공감을 잘할 수 있을까요? 한심해 보이겠죠. 저는 답답하고 찌질하고 한심하고 나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서 보이는 것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을 쓰는 건 모르겠지만 읽는 것은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읽어내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비평가뿐 아니라 모든 좋은 사람은 눈이 깊고 잘 들리게 하는 사람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좋은 시인 역시 깊은 눈으로 보고,작은 소리도 들리게 하는, 찌질하고 한심한 것에 공감하는 자이겠지 싶다.
눈 먼 자를 보게 하고,듣는 귀를 갖게 하는 건모든 좋은 사람(Good People, God People)의 조건이지 싶다.
그의 책은 [느낌의 공동체] 한 권 밖에 안 읽었지만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 친구]에 대한 평 하나가 신형철이란 이름을 인식하고 읽은 그의 첫 글이지만
한 편의 평론, 한 권의 책만으로도 딱딱 짚어내는 그의 공감력(?)에 감응돼서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황정은 작가가 문장 라디오에서[느낌의 공동체] 서두를 언급하며 좋아하는 글은 아껴 읽을 수 밖에 없어서
아직 그의 책을읽지 못했다는 말이 무슨 뜻일지 알 듯 하다.
신형철은 책 뒤의 평을 빨리 읽고 싶어서 앞의 글을 빨리 읽어냈다는데,
난 그의 평을 아껴 읽고 싶어서 아직도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를 못읽고 있다.
덧.
아무래도 그는 에니어그램 1번에 2번 날개 같다.
딱 떨리지는 1번의 논리에, 공감하는 따스한 2번의 능력까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 받침의 모서리가 닳으면 그것이 사랑일 것이다.
사각이 원이 되는 기적이다.'
이 글을 쓰고 다시 [느낌의 공동체]를 들척이려고 하다
벗겨져 있는 띠지에서 이 문장을 만났다. 역시나 1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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