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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밑줄을 긋다... 사진은 언젠가의 Seoul Int. Book Fai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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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29. 03:24 ♥추/억/일/상-일기♥

8월 1일-3일

전교인 수련회

마술하는 전도사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속이는 마술을 위해서도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하는데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에 있어서는 얼마나 더 예비를 하실까.

그러고 보니우리반 송군을 인내하며 없는 사랑도 넘치게 해주신 그 분의 예비하심이란! 절대로 내 인내와 사랑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신의 인내와 지혜와 사랑이 잠시 임해주셨으니 가능한 임시 마마였을 뿐.

8월 6일

[고지전]과 [비] by 마르탱 파주

: 생명의 경중이 있을까?

:리더란 공감과 결단의 사이를 잘 타는 사람

: 비와 안개와 노래는 평화의 전령사

- 일정 거리를 넘어서면 빗방울이 탄환을 경주에서 이탈시킨다. 시계가 축소된다. 습기에 약한 탄환은 금방 녹이 슬고 만다....

비는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다. p.81-83

- 비와 음악은 같은 기능을 한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듣지 않을 자유와 들리지 않을 자유를 준다.

8월 8일

수강신청 완료. 아아, 18학점을 과연 잘 들을 수있을까. 두 과목이 교양이지만 전공이 다 완전 빡빡한데;;

: 시창작 세미나, 시나리오의 이해와 실제, 문예편집론, 논술과 독서지도론, 글쓰기와 표현, 정보사회와 윤리

새학기를 위해 노트북 새로 장만.

그런데 한창 반일감정이 들끓으며 불매운동 하는데 도시바 걸사서 내심 찔렸던;;

윈도우 7이라 적응하느라 좀 어려웠는데 예전처럼 퍼펙트하게 세세히 다 프로그램 까느라 지치지 말고

원 목적처럼 강의만 잘 들을 수 있는 용도에 집중하기로 하고 차근차근 필요하면 하나씩 깔자고 다짐.

한글, MS 오피스, WINAMP, 알집, 알약,곰플레이어,페인트샵까지만 설치

DVDfree code 프로그램은 나중에일본 DVD 볼 때 깔면 되고...FTP프로그램도 봐서 필요하면 깔고.

괜히 음악파일이랑 사진 테스트해 본다고 깔아보다가 노래감상하고 사진보는데 시간이 더 걸려버린 한 주였음.

덕분에 예전에 좋아했던 애니 음악과 여행 사진 콜렉션도 발굴하고 나름 추억 여행이 되긴 했지만서도.

다섯가지 추억만 꼽아볼까?

1.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 엔딩송: 애니 내용과는 달리 이 노래는 참 좋았지, 이 가사도.

혼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평범한 삶을 사는 건 너무 시시하지 않니.

너와 함께 할 내일이 펼쳐 있으니 아무리 힘들고 외로워도 난 괜찮아.

2. 시노카즈라 공원의 벚꽃

3. 유후인 미술관의 한가로움

4. 전주 한옥마을의 빗방울 떨어지던새벽녘 동백꽃

5. 혼자 뱃놀이 하러가던 길의 화창한 후쿠오카의 시골마을, 같은 시각 한국엔 태풍이 불고 있었고.


8월 13일

앨리스에게 보낼 사진을 찍으러 지난 봄날부터 서성였던 청파동 사진관에 입성했다.

어색해서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사진관 집 고양이 콩쥐 덕에 조금은 쉽게 발길을 돌릴 수 있었지.

좋은 일 한다며 사진관집 언니(나보다 어릴지도 모르지만 사진관집 동생이라 할 수도 없고 이럴 땐 뭐라 부르지?)가 장미꽃 모양 귀걸이도 선물해 주고, 나중에 받은 사진도 나름 내 예상보다는 잘 나와서 약간 비싼 편이었지만만족.

8월 15일

계란 후라이같이 오밀조밀 모인 다섯 꽃을 보다. 함께인 건 예쁘다.

8월 16일

A양과 [로맨틱 크라운]을 보다.

인생을 변하게 한다는 수업을 들은 래리 크라운이 마지막에 고백하는 말,

"I met you." 당신을 만났으니까요.

인생을 변하게 하는 건 만남인거지, 그런게지.

8월 17일

미드 [카일 XY]를 보며 가족과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

가족이란 서로의 음식을 나누는 것이고 찾아가는 것이다.

장소의 결핍은 자살의 주요동기라는 말이 있다. 보통 감정 때문에 자살을 한다고 하지만 컨디션을 만들어 내는 건포지션이다. 카일에게 필요한 건 관계맺고 머물 장소였다. 즉, 가족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자살의 주요동기인 장소의결핍이란 가족 부재의 다른 말이 아닐까.

8월 19일

허니비엔나의 32번째 책을 겨우겨우 읽다가 이 날과 딱 맞는 문장을 발견해서 메모해뒀다.

'직녀들' by 신경숙 : 하지만 여름은 끝이 났어요.

여름의 끝을 느끼던 날, 바람이 가을을 데려온 날, 읽다.

8월 20일

이 주간 있었던 유년부 특새의 마지막 날. 작은 숫자지만 온 아이들이 둘 빼고다 5일 개근, 둘은 하루씩 빠져 정근. 어찌보면 선생님들보다 대단한 아이들이다.

특새 후 선생님들끼리 단합대회를 갔는데 조조영화 시작 한 시간 전에 와버려서 한 시간 동안 김밥 먹고, 차 마시고, 팝콘 먹고, 영화보고 관람후 브런치 먹기 전에 배 다 찼다;;;[최종병기 활]은 입소문 날 만큼 재밌었다. 집에서 계속 잠자고 있는 [남한산성]을 읽고 싶게 만들만큼.

브런치는 샘들 식성이 제각각이라 L샘의 추천으로 롯데 백화점 푸드코트에 갔다. 분수대에 동전도 던지고 꽃도 보고 정원도 거닐고, 무엇보다 음식 나올 동안 혼자서 구경하고 온 윗 층의 전시회가 좋았다. 구본창과 야마구치 노부히로의 [책과 사물들]이란 전시였는데 일상의 사물들을 찍고 전시하고 그것들을 엮어 만들어낸 책이 다시 전시물이 되어 사물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정감어린 전시였다. 구본창의 색색의 투명한 비누와 야마구치 노부히로의 어떤 할아버지가 손수 제작한 빛바랜 각종 편지봉투들이 인상적이었다.역시 손길이 닿은 건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구나 싶었다. 'as it is'란 모토도 좋았고. 맘에 들었던 책은 온통 푸른 사물들이 점령하고 있었던 'daily life'.

8월 23일

K언니와 창작뮤지컬 [표절의 왕]을 보다.

조난파와 윤심덕의 노래를 둘러싼 사랑얘기에 표절에 대한 문제의식을 주제로 삼은 뮤지컬. 표절하던 이가 진심으로 쓴 첫 곡을 표절당함으로 자신이 한 일의 부당함을 깨닫게 되고, 진실한 노래를 짓게 하는 건 사랑과 삶에 대한 찬미라는 얘기.명장면은 god의 어머니에게부터 통키 주제가로 이어지며 불려지는 표절 메들리 부분. 회사 일 때문에 힘들어하던 K언니가 오랫만에 깔깔 웃는 거 같아서같이 보길 잘 했다 싶다.

8월 24일

20일 유년부 회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은 무상급식 관련 이야기들에 답답해 하다, W에게 문자도 보내고, 그 날 새벽에 특새 말씀이었던 산상수훈과 윤동주의 시 '팔복'이 생각나서 어째야할까 고민하다가 어느새 오고야만 투표날.

건널목을 건너며 본 두 당의현수막 문구를보고는 그냥 터져 나온 한숨 같은 생각은 이랬다.

그들에겐 겸손이 없다.

그들에겐 긍휼이 없다.

그러나 내겐 또 그것들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결국 처음의 생각과는 다르게 투표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 둘 모두가 아니라고 생명의 법은 이 선들밖에 있다고 금 밖에 도장을 꾹 찍고 나오려고 했었다. 하지만저 두문장이 떠오른 새벽에 둘 다 아니라고 단죄할 만큼 나 역시 떳떳하지 못해서, 부끄러워서, 나 역시 교만하고 무자비해서.

8월 25일

오랫만에 토지모임 멤버들이 모여, N의 공연 [거울미로]를 보다.

공연 후, 판도라의 상자를 들고 있던, 정신을 놓고 더 이상 살기싫어하던 캐릭터와 대화를 했다.

만약에 당신이 이 캐릭터라면 끝까지 놓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나요?

: 생각해 보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만큼 소중한 순간이 없는걸까.

이 캐릭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상자 밑바닥의 희망을 잊지마. 네가네 자신을 잊어도 널 기억해주는 사람들 속에서 넌 살고 있으니까.

8월 27일

개강도 안했는데 벌써 이교수님이 과제를 내주셨다. 닮고 싶은 시인의 시 한편과 그 이유 적기, 내 습작시 중 가장 완성도 높다고 생각하는 시와 습작노트 적기. 아... 그래서 시집 보러 반디에 갔다. 그리고 간 김에 강의안에 있던 참고도서도 좀 보고.

쉼보르스카의 대표시선 모음집에서 '열쇠', '돌과의 대화'가 맘에 들어 왔다. 외국시인데도 어쩜 이리 거리감이 없고 보편적일까.

8월 28일

가버나움 청소프로젝트 '흑암에서 청암으로' 두번째 장소가 유년부 사무실. 가버나움이기도 하고 유년부이기도 해서 두 배의 부담을 안고 청소를 술렁술렁(?)했다. 지난 초등부 사무실의 두배이기도 하고 워낙에 오백만년만의 청소라 버릴 건 어찌나 많은지;; 그래도 다 하고 이 전, 이 후 비교 인증샷을 남길 때는 뿌듯. 끝나고 여름행사 종료 위로회 겸 가버나움 삼겹살 파티로 저녁을 해결하고 32번째 허니비엔나 모임. 10월엔 3주년 맞이 여행을 가자는데 또 체스터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늘 실패하고 '언젠간 먹고(가고?) 말테야'가 돼서 말이지?

덧. 늘 시심을 사던 동네 책방이 8월 중에 문을 닫았다. 작은 책방을 살리는 맘으로 일부러 정기구독을 안하고 있었는데 맘이 안좋다. 어떤 이유이던 작은 책방들이 사라지는 건 참 안타깝다. 9월 시심 독자 모임엔 이 책방에서 산 마지막 시심을 들고 가야 하겠지. 9월 시심은 시심 모임에서 사야 하나. 결국정기구독을 신청해야 하나.

posted by rem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