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8
1.
목요일부터 시작된 이상한 징조의 의미가 무언지 금요일에 알게 된 후
-아마도 이 짐작이 90%이상 맞을거라 생각된다- 맘이 상당히 어렵다.
심란한건지, 무거운건지, 답답한건지, 미안한건지, 원망스러운건지...
단순한 일인데 복잡한 성격탓으로 베베 꽈서 생각해서 더 힘든지도.
사람과 사람 사이는 이리도 힘들구나. 가깝다가도 저 멀리 가버려.
김중혁의 단편 [유리방패] 中,
'사람과 사람의 사이는 이해할 수 있는게 아니다.'
응, 맞는 말! 'ㅅ'사이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어.
미움받는다던가, 무시당한다던가, 인정받지못한다던가
나, 이런 관계에서의 감정에 상당히 면역이 약했구나 싶다.
그래서 아플까봐 두려워서 혼자가 편하다고 주문을 걸었나 봐.
2.
그렇지만 그래도 사람이기에 혼자서는 이 많은 감정을 다 처리하기엔 무리야. 더군다나 날이 짧아지고 있는 이런 계절은 SAD(Seasonal Affected Disease)적 경향이 있는 내겐 쥐약인걸. L의 말처럼가을을 타는 걸지도 모르겠고.머릿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생각들과 마음 속에 들어차는 감정들이 빼곡히 몸과 정신을 가득히 점령해 버려서누군가와 말을 하거나 혼자서라도 이렇게 끄적대지 않으면 뒤죽박죽 폭죽이 터지듯 뻥하고 터져버릴거 같아.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했을까. 조금은 영화 [텐텐]의 소재와도 맞닿아 있는 일종의 데이트(?) 법. 도쿄 산책을 같이 하는 댓가로 오다기리 죠가 모든 빚을 탕감받는 것처럼, 나와 하루 동안 함께 소통해주면데이트와 관련된 모든 비용은 내가 지불하겠다고 원투원 신청을 하는거지. 말이 통하는 사람이, 아니 그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못내 그리운 시기야, 요즘은. 하다못해 말과 맘이 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런데 알고보면 맘을 열지 않고 말을 하지 않는 내 자신이 더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뭐야, 또 생각이 엉키고 있어. 계속 이렇게 뱅글뱅글 생각들이 멤돌면서 날씨는 따뜻한데도 불구하고맘은 차가워지고 있어. 분명 조만간 아플거란 생각이 든다. hyperthyrodism 초기에도 분명 이런 스트레스와 함께 였거든...
김중혁의 단편 [나와 B] 中,
'혼자라는 건 무언가를 배우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숫자였다. 생각을 하거나 무언가를 쓰거나 쓸쓸해하기에는 적당하지만......'
그렇다면 빨리 혼자가 아닌 상태가 되는게 나아. 많아지는 생각에, 써서 풀어내야 하는데 몸이 곤해 써서 배출은 못하고 그래서 더 쓸쓸해지며 생각은 많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3.
지난 한 주간 생각들이 넘쳐나서 글로 풀어낼 것들은 한가득인데,머리만 대면 잠들고 주말엔 이래저래잡다한 일들로 시간이휙휙~ 날아가 버리고 또 이런 한밤중이 되어버렸네. 왜 가을엔 행사들이 쏟아지는거야.학술제, 체육대회, 동아리 창립기념일, 각종 MT, 결혼식, 주일학교 야외활동, 친구초청, 연말행사 계획, 바자회, 찬양제, 부흥사경회, 간증집회...그러게, 평소에 잘하지. 왜 연말이 다가오고, 뭔가 열매를 맺어야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릴 때가 되면 몰아서 모든 걸 하려 하냐구! 그런 조바심들 덕에 힘들어서 하고픈 말을, 쓰고픈 글을, 읽고픈 책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자란 내 체력이 또 원망스러워. 다 팽개쳐 두고 어딘가로 사라져서 평온하고 안정된 나날을 보내고 파. 가을은 실은 이미 맺은 열매의 풍성함을 즐기는 계절이잖아. [책, 세상을 탐하다]의 공선옥의 글처럼 읽고픈 책을 읽으며, 그 책에 대한 얘기를 하며, 소통하며 나누며 살고 싶어. 장영희의 말처럼 문학 속에서 사람을 알아가고 싶어. 보이는 것 속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것을 함께 느끼고 싶어. 한강의 노랫말처럼 '나의 꿈은 단순하지. ... 햇빛이면 돼.' 정말 그거면 돼.
김중혁의 단편 [무방향 버스] 中,
'한 대의 버스는 매일 똑같은 길을 지나게 되어 있어. 똑같은 건물을 지니고, 똑같은 다리를 지나고, 똑같은 비포장도로를 지나고,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지. ... 그런 일들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버스 역시 나름대로 지치는 거다.'
음,,,지쳤나봐, 무방향 버스를 타고 사라지고싶은 걸 보니.
- 내가 이렇게 불안과 불평 속에 빠져들거란 걸 다 아시는 분, 역시나 대안을 예비해 놓으셨네.
: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살아야 할 시간... 위안받지 못했다 해도 살아야 할 시간...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이제 내 손을 잡고 가요.
: 더불어 [아름다운 동행] 윈프리 일기의 감사 제목 쓰기까지!
당신은 널뛰기하는 내 감정을 너무 잘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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